글 쓰다가 맘에 든 부분. 슈발만 과거 스포 포함.
그러기엔 이미 제목부터 네타인가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내 소설 내가 네타하나 싶기도 하고.
10년 만의 방문이었다. 그 때에는 침엽수림 너머에 흑마법으로 악명높던 비셔츠족의 서식지가 있었다. 성문은 언제나 굳게 닫힌 채로 최소한의 사람만 받아들였다. 성문이 활짝 열릴 때는 오직 군대가 진격할 때 뿐으로, 언제나 백색의 옷으로 몸을 감싼 기사단이 선봉에 섰다.
크로커스 기사단.
흰색의 단복에 크로커스의 꽃잎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주로 쇠붙이 색이 주조를 이루는 복장의 다른 병사들 틈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언제나 최전방에서 모습을 드러내던 그들은 대부분 평민으로 구성되어 귀족들의 총알받이 신세이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그들은 비셔츠족에 맞서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존재였다. 성녀 아나이스의 피를 이어 받아 유일하게 흑마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들로, 혹독한 훈련마저 거쳐 어느 전장에서건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비셔츠 족은 아직도 침엽수림 너머에 살고 있을 터였다.
왕국 전체에 명성을 떨칠 정도였던 크로커스 기사단은, 그러나 지금에 와선 역사의 흐름에 덧없이 사라져버려 생존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위더 영주와 함께 반역을 꾀하여 왕국기사단이 전원 참살하였다. 그것이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면 크로커스 기사단의 존재 자체가 굉장히 특별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일단 전투는 기본으로 잘 해야 하고, 거기다 보아하니 아나이스 피를 받아들이는 과정도 꽤나 격렬하지 않았나 싶던데, 평민으로 구성한 까닭은 아마도 그 때문이겠지. 남다른 결속력도 필요했을 테고, 무려 성녀 아나이스의 피를 받았다는 마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이 갖는 상징성도 특별했을 것 같다. 그들의 존재가 등장한 그 순간부터, 카슈미르 영지에선 그야말로 구세주가 나타난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토록 그들을 괴롭히던 흑마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군대였으므로.
더 이야기를 풀면 내 소설 내가 스포하는 게 되어버려서 이쯤 마무리하지만,
쓰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란더스가 그래서 배신한 걸까. 평화의 시대엔 영웅이 더는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이 부분이 맘에 들었던 까닭은 떠오른 이미지가 좋았다.
잿빛 갑옷을 입은 기사단들은 뒤에 두고 앞서 달리는 흰 기사단복의 무리들을 보고 당시 카슈미르 영지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비셔츠족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런 식의 감정들을 상상해보니 슈발만이나 란더스의 존재가 그들에게 얼마나 강렬한 느낌이었을지 상상이 되어서.
결국 내 최애캐가 잘난 놈으로 그려져서 좋단 얘긴갑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