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르타로스

기승전.............................없어.



  소녀는 종종 삐그덕거리는 로봇의 위에 앉아 석양이 하늘을 물들어 끝내 보랏빛으로 사그라들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을 어귀에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도 쾌활하고, 지나칠 정도로 씩씩하여 마을 사람들로부터 난감함을 반쯤 섞은 사랑을 받곤 했지만, 그 때만은 달랐다. 분명히 소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아마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그네들은 쓰디쓴 시선만을 보낼 뿐, 서로의 입에 오르내리진 못했다. 그 시대에는 그런 것이 당연했다. 거역하여 안쓰러운 마음을 품기에 마을에서 농사짓고 소소한 물건을 만들며 생활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 '존재'는 너무나도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대상이었다. 

  아마도 그것을 소녀도 모르진 않을 터였다.
  그래서 소녀도 굳이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에 대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소녀는 그저, 때때로 그 자리에서 석양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따금 찾아오는 이라곤, 마을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상인이나, 어쩌다 한 번씩 마을을 지나는 여행자가 찾아오곤 했지만, 그들 중 소녀가 기다리던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소녀는 한결같았다. 태양이 불그스름한 빛을 마지막으로 흩뿌리고 끝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에야 로봇의 위에 탄 채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한 여행자를 만났다.

  마치 붉게 물든 하늘에서 내려온 것만 같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게 물들어, 마을로 들어오는 길 위로 저물어가는 태양빛을 받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석양빛을 닮아 있었다. 햇빛이 스며든 듯한 머리칼 아래로 묵직하게 가라앉은 붉은 눈동자가 차차 소녀의 모습을 담았다. 직후, 눈동자 안에 스며든 이채와 입가에 띄운 미소까지도 저무는 순간까지도 부드러운 빛을 대지 위로 뿌리던 태양을 닮았다.

  뒤쪽으로는 두 사람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저 이 마을을 지나는 여행자일 터였다. 그러나 소녀는 평소에 만나던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영리한 머리로 눈치채었다. 기묘한 조합이었다. 묵직한 갑옷을 입은 성인 남성 한 명에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을 한 소년 하나, 그리고 긴 머리를 묶어 늘어뜨린 늘씬한 여성까지, 어딘가 한데 섞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소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굴 기다리는 거니?

  바로 앞까지 다가온 남자가 짐짓 상냥하게 소녀에게 물었다. 로봇 위로 앉은 소녀를 올려다보며 보내는 시선이 다정했다. 소녀는 괜히 퉁명스레 답했다.

  알아서 뭐하려구.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던 듯, 남자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한참 어린 아이에게서 듣기엔 과한 반응이었으나, 남자는 화가 난 것 같진 않았다. 옆의 두 사람이 소리없이 웃었다. 이 녀석 봐라, 싶은 마음을 그대로 담아 눈을 가늘게 뜬 남자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

  이름이 뭐야?
  핑코.

  온화하게 웃은 남자는 이윽고 자신을 소개했다.

  난 슈발만. 이 쪽은……. 

  떠올려보면, 소녀는 꽤 오래도록 그 길에 서 있었다. 지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 누구도 우두커니 서 있는 소녀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은 없었다. 그저 바쁘게 걸음을 놀리며, 혹여 말을 걸었더라도 자신이 찾는 것을 구하고자 했을 뿐이었다.   

  소녀에게 물었다. 왜 여기 서 있니, 누굴 기다리는 거야. 우물우물하다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까지, 왜 기다리고 있었는지까지 털어놓고만 소녀는 갑작스레 뚝뚝 눈물을 흘렸다. 당황했을 텐데, 그 사람들은 소녀를 안아주었다. 울려 버렸네요, 라고 소년이 난감한 듯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낯선 여성의 따뜻한 품에서 소녀는 한참을 울었다. 

  이 사람들이라면 괜찮을 거야.
  언제까지고 처음 만날 적 느꼈던 상냥함으로 함께해주겠지.

 


  그 뒤로 소녀는 석양빛 아래서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오늘도 석양빛 아래를 걷는다. 투덜거리면, 난감해하고 곤란해하는 반응이 따라붙었다. 소녀는 들키지 않도록 몰래 키득키득 웃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소녀의 곁에는 로봇에 더하여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었다. 

   
  때로,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빛무리가 떠오르듯 선명한 색채로.
  기다렸던 사람과 더불어 여럿이서 함께 걸을 그 길을 상상하면서.


    





  
  핑코랑 발만이 둘의 관계를 좋아합니다.
  제가 원래 나이차 많이 나는 커플 좋아해요. 노말로는 진짜 범죄인 듯, 아닌 듯한 핑코발만. 그런데 어쩐지 발만이가 핑코를 키우는 게 아니라, 핑코가 발만이를 키울 듯한 느낌. 멍뎅하니 플래그도 제대로 못 세우고 40이 다되도록 솔로일 것 같은 발만이를 핑코가 어휴어휴-_- 내 한 몸 희생하자-_- 하면서 머슴으로 데리고 갈....................... 발만이 안습 ㅠㅠㅠㅠㅠㅠ

  위에 이야기는 슥삭슥삭 머리 속에서 지워주세요.

  그냥, 그런 장면을 떠올렸는데 글로 옮기려니까 잘 안 돼요. 뭘 쓴 건지 모르겠음.
  서로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잖아요. 선명한 이미지처럼. 발만이한테는 핑코가, ...뭐 이 되바라진 애는 뭐지-_-;; 싶으면서도 워낙 상냥하고 여차저차한 이유로 어린 여자아이한테 약한 면도 있는 것 같으니까 부둥부둥 했겠지만, 핑코에겐, 음,

  기다리던 길목 위로 석양빛과 함께 다가오는 남자~!!! ......죄송합니다. 제 애정 필터링도 좀 거쳤습니다. 근데 핑코야, 진짜 니가 내 여성 최애임 ㅠㅠㅠㅠㅠ 핑코 귀여워요. 정말 발만이 좀 사람답게 키워줬으면 싶은 맘도 있습니다.

  진짜 뭘 쓴 거지.
  요즘 글 안 써져서......... 죽겠어요. ㅇ>-< 이것저것 쓰자고 계획해놓은 건 있었는데 다 안 돼 ㅠㅠㅠㅠㅠ 아 제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