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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의 책방



01.



  늦은 오후, '새 책과 헌 책'은 한산하다. 창 밖의 거리로 지나다니는 사람도 드물어 앨빈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멍하니 쇼윈도 밖을 보고 있었다. 들여다보던 책도 있었지만 책장을 넘기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앨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앨빈은 서점 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책장에 아무렇게나 기대어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린 채로 글을 쓰던 중인 친구의 모습이 그 자리에 있었다.

  - 뭔가 생각이 날 것 같았는데 잘 안 돼.
  - 뭐? 그럴 땐 시원한 바람이나 쐬는 게 최고야! 이런 데 처박혀서는 생각날 것도 안 난다고.
  - 제정신이야? 지금은 한 겨울이라고. 괜히 밖에 나가 얼어붙지나 않으면 다행이겠지!

  하고 친구는 연신 투덜거리는 어투였다.

  하지만 앨빈은 알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었다. 이 자리에 친구는 없다. 그는 지금 도시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일 터였다. 앨빈이 길게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친구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02.



  앨빈은 아버지를 간호 중이었다. 아버지는 이제 침대 위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앨빈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책방을 돌보다, 간혹 아버지의 상태를 살피는 것 뿐이었다. 그조차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앨빈은 인식하고 있었다.

  카드 부치고 올게요.
  토마스에게?

  앨빈은 쓰게 웃었다. 아버지 역시 움직이진 못해도 눈치로 토마스에게서 답장이 전혀 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망설이면 후회만 늘지. 직접 찾아가보는 게 어떠냐, 앨빈.

  앨빈은 역시나 대답없이 쓰게 웃기만 했다.

  토마스의 소식은 점차 드물어져만 가고 있었다. 가장 최근 소식이 언제 어디에서 본 것이었는지 돌이켜보았다. 어느 잡지에선가, 다른 책을 소개하며 그의 책을 예로 들었던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집필 중. 그러한 세 글자 단어로 그의 상황이 설명되던 것이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앨빈은 책방 안에 있는 토마스의 책을 꺼내 들었다. 책 날게에 인쇄된 토마스는 그 안에서 흐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03.



  어두컴컴한 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온 몸으로 찬 바람을 맞고 있었다.






  이 내용으로 언젠가 스옵마 팬픽을 써야지, 하고 설정만 해둔 내용인데 결국 쓰지 않을 것 같다.
  그 날의 추억이 미묘하게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외부적인 영향인데, 어쨌든 유쾌하진 않다.

  두 사람이 만나지 않은 동안, 토마스는 내내 글에 매달려 있었다면 앨빈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을까.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가슴이 미어져 생각을 써내리다, 3번 즈음에서 도저히 맘 아파서 잠깐 끊었던 게 벌써 몇 개월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