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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타로스

아.



  이마를 살풋 가린 붉은 색의 머리칼부터, 손끝으로 얼굴선을 따라 그렸다. 가볍게 닫힌 눈꺼풀, 반듯한 콧날, 다소 피로한 기색이 묻어나는 뺨과 굳게 닫힌 입술까지, 쓰다듬고 훑어내리는데 뺨이 미미하게 흔들린다 싶었더니 결국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그는 번쩍 눈을 뜬채 큭큭큭 웃음를 흘렸다. 깜박깜박 눈꺼풀이 움직일 때마다 붉은 색이 짙은 눈동자가 감추어졌다 드러나길 반복했다.

  [ 무슨 짓을 하는 거야. ]
  [ 장성한 청년 주제에 늦잠을 자는 게으름벵이를 깨우고 있지. ]
  [ 아까부터 깨어 있었어. ]
  [ 아하, 그렇다면 일어나기 싫어 어리광을 부린 건가. ]

  아냐, 하고 부정하듯 입술을 깨물고 눈꺼풀을 흡떠 노려보았다. 그러나 뺨에는 아직 웃다 만 기색이 역력하다. 아랑곳하지 않고 엄격한 얼굴로 마주 응시해주었다.

  [ 알았어, 일어날게. 일어나면 되잖아. ]
  [ 약속, 잊지 않았지? ]
  [ 아아, 그래. ]

  과연 최근 행한 훈련이 버겁긴 했던지 그는 무겁게 몸을 일으키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 맨날 지겨울 정도로 얼굴보는 사이면서 대체 그딴 건 왜 필요한 거냐. ]
  [ 나이 스물에 벌써부터 권태기를 맞을 순 없잖나. ]
  [ 뭐, 뭐뭐…뭣!! 그딴 아줌마같은 말 하지 말랬지! ]

  별 것도 아닌 말에 붉으락 푸르락 얼굴을 물들이고 열을 내는 그의 모습이 우스워 저도 결국 엄격한 얼굴 따위 집어치우고 푸풋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것이 오히려 저를 더욱 놀린다 생각하였던지 잔뜩 눈에 힘을 준다.

  [ 데이트 하겠단 소리에 열여섯 소녀처럼 얼굴 발개져서는 고개 끄덕인 게 누군데 그딴 소린가. 어서 일어나서 씻기나 해. ]
  [ …야, 란더스—! ]

  별 것 아닌 시답잖은 대화, 의미없이 주고받는 스킨십, 비록 아무리 거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여도 피부 위로 닿아오는 일상적인 느낌을 사랑했다. 아무렇지 않은 것에 웃을 수 있고, 기쁨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 덕분이었다. 자신은 그딴 것과는 애초에 무관한 인간이었으며, 때문에 만들어낼지도 충분히 즐길 줄도 몰랐다.

  모두 그가 전해주고 가르쳐주었다.

  그렇기때문에, '나'라는 존재가 그에겐 절대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하여도 그는 나에게 절대적이었다. 마치 영혼을 종속하여 영영 풀리지 않을 족쇄를 매어놓은 것처럼, 그리고 그 것을 그가 절절히 알고 있을 거란 사실만이 나에겐 유일한 위안이었다.




  보고싶다. ㅠ_ㅠ

  아무래도 덕질용이랑 일기용 블로그를 따로 만들까봐요. 어쩐지 직업이 직업이라 부끄러워요.
  얘들아, 너희는 모르는 나만의 공간과 책장이 있단다. 사실 그게 당연한 일이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어색하고 숨겨야할 것으로 느껴질까요. 음, 하긴, 어디 내놔도 떳떳하지 못한 일이긴 하지만. OTL

  무슨 직업이든 간에 어디 가서 호모물 쓴단 얘길 어떻게 하겠어요. OTL
  아아, 이래서 블로그를 나누는구나.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