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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필모그래피 간단 감상. :D

제 나름대로 느낀 감상을 정리하고 싶어서 적어봅니다.
근데 참, 새삼 느낀 건데 이제껏 본 영화 모두, 버릴 게 없어요. ㅇ<-< 아, 정말 이 영화 뭐야, 아무리 배우가 훌륭해도 이건 좀 아니지, 싶은 걸 다른 영화에서 종종 느끼곤 했더랬는데, 흥행에 성공하였든 실패하였든 다들 나름의 매력이 있네요? 이럴 때 저는 행복을 느끼죠. ^________^ 와, 이 사람을 좋아하기 정말 잘 했어.

이 사람이 훌륭한 배우이기 때문에 좋아하기 시작한 건 아니니까.
사랑이란 게 어디 그런 걸로 조절할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더 편했겠지. ㅇ<-<

앞으로 한 편씩 볼 때마다 추가합니다. :D

공동경비구역 JSA
감독 박찬욱 (2000 / 한국)
출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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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처음으로 두 번 이상 본 영화, 이 때의 감성은 사랑했다. 그들도 다만 사람일 뿐이라는 것, 우리와 이야기가 통하며 애정을 주고 받을 수 있고, 그것을 가로막는 것은 다리 하나, 선 하나, 단지 그 뿐이라는 것이 역력히 느껴져 처음에 볼 때에는 눈물이 났다. 가장 사랑하는 장면은 그들이 아웅다웅하며 지낼 때의 소소한 에피소드,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어가던 송강호란 배우의 이름을 이 영화로 처음 기억했다. 송강호와 이영애 말고는 다른 배우는 누가 출연했는지 최근에야 인지했던 걸 보면, 송강호란 배우에게 느꼈던 충격이 상당하긴 했던 모양. 몇 번을 다시 봐도 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영화. 이후 복수 시리즈는 소재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겠지만, 이 영화가 과연 박찬욱 감독의 작품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의아해질 정도. (물론 원작이 따로 있었던 덕분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결말은 수혁이 경필을 찾으러 아프리카로 떠나는 장면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 내의 엔딩은 마치 희망을 잘라버리는 느낌이었고, 그저 이 한반도의 비극을 강조하기만 할 뿐인 것 같아서 찜찜하진 않았어도, 그 편이 좀 더 대중적이고 편하긴 했겠지. 제 3세계에서라도 둘의 인연이 지속될 수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물론 박찬욱 감독의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어라, 그러고보면 이 결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게 감독님 아니셨나?

복수는 나의 것
감독 박찬욱 (2002 / 한국)
출연 신하균, 송강호, 배두나, 오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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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영화에 대해선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한국적인 현실을 담고 있어도, 그것은 지독한 비현실이고 특히 결말로 그러한 느낌은 강화된다.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초반엔 담담하다 느꼈더랬는데, 결말 부분에서는 희화화하는 느낌이어서 그동안 괜찮았던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었다. 화면을 그려내는 연출력에 대해선 거듭 감탄했더랬지만, 그 소재나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습기도 뭐도 없는 서늘하고 마른 곳에 몰아붙이는 것만 같은 느낌.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영화 자체의 충격이 워낙 큰 탓에 이 영화에서는 인물이 기억에 남질 않는다. 확실히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므로. 훌륭한 영화인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내게도 그러한가는 확신할 수 없는 아이러니.

뭘 모르는 문외한이더라도 감독의 재능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는데, 글쎄, 그렇다고 해도 감정적인 거부감이 워낙 강렬했다. 근친상간 소재가 거기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에도 놀랐고, 아니, 정말 이 영화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해하고 분석해보려 해도, 감정적으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물론 다른 사람이 이 영화에 대해 묻는다면, 한 번쯤 보라고 추천하겠지. 애증을 닮았다, 정말.

남극일기
감독 임필성 (2005 / 한국)
출연 송강호, 유지태, 김경익, 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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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게 아닐까. 혹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쉬웠다. 다루고 있는 소재도, 배우도 훌륭했는데 불구하고 몇몇 부분에서 삑사리가 들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미스터리 소재는 적절히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 모호함은 지나치면 독이 된다. 영화도 결국 내가 타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볼 때, 친절히 설명해준다는 측면이 아니라 이 것을 타인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듯 싶어 아쉬웠다.

감독이 한풀이하는 코멘터리가 인상적. 응, 근데 내가 보기엔 감독님이 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덕분에 소재랑 배우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얀 설원만이 유일한 배경이고, 그 사이에 인간이 자멸을 자초하는 일이 과거에 이어 반복해 일어난다는 이야기는 철학적이든 무어든 깊이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인데, 배우들의 연기도 더없이 훌륭했는데, 이렇게 안타까울 데가 있나.

송강호씨 연기에 대해서라면, 이건 뭐, 폭발적이거나 과하지 않다. 다만 담담히 자신의 감정을 얼핏 드러내거나 시선을 옮길 뿐인데, 그런 미세한 것에서 감정이 생생히 전달된다는 게 굉장히 놀라웠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일몰 뒤 유지태씨가 맡은 역할에게 하던 호소, 그토록 강인해보이던 인간도 내면적인 갈등을 다만 드러내지 못하였을 뿐이라는 게, 그런 식의 나약함을 품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게 역력히 드러나 마음을 울렸다.

우아한 세계
감독 한재림 (2006 / 한국)
출연 송강호, 박지영, 오달수,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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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이 순간을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 그것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바로 내 곁의, 혹은 나의 이야기. 느와르라는 형태를 빌리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그것은 단지 조금 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기 위한 소재 정도로 그쳤다는 느낌. :D 굉장히 편하고 유쾌했으며, 결말을 본 뒤 감정적인 찌꺼기도 없이 담담히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자식의 시선에서, 혹은 아버지의 관점에서. 세상은 늘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며, 그저 순응하는 것에 마음이 끌려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지. 그래, 당신은 그러했을 뿐이며, 그래서 우아한 세계는 도달하기 그토록 어려운 것이라고. 아니, 우리네 삶에 그런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완급조절이 정말 좋았다. :D 적당히 유머도 있고, 가슴을 울리는 장면도 있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장면도 있고, 적당히 멋있는 장면도 있는데다, 이것저것 볼 게 많았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정도로 감정을 지나치게 이끌어가진 않더라. 이건 감독의 역량이겠지. 정말 갖가지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그것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그만큼이나 우리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오오, 일상인데 재밌어!

무엇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담하면서도 애정이 담겨 있어서 그게 제일 좋았다. :D
그러고보면 전작 연애의 목적 때도 그런 뭐 같은 인간인데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더랬지. 으으음, 한재림 감독 작품이라고 하면 귀가 솔깃해질 것 같다.

그리고 진정으로 배우 송강호가 빛이 나는 영화. 이 영화가 빛나보였던 것은, 그가 그 배역을 연기했기 때문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이 정도로 한 사람의 일상을 맛깔스럽고 다채롭게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사람이란 본디 캐릭터로 특정지을 수 있는 한 가지 면만 있는 건 아니라서, 코믹한 면부터 진지하고 애틋한 면까지 낱낱이 자연스레 드러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연기력에 감탄한 장면이 한 둘이 아니었다.
 
송강호 팬이라면 필견. :D 정말 이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이 역할을 연기했을까.

밀양
감독 이창동 (2007 / 한국)
출연 송강호, 전도연, 조영진,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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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왜 출연 배우 목록이 전도연이 처음이 아닐까. 이건 진짜 오롯이 그녀만의 영화가 맞는데.
드물게 영화관에서 본 영화고, 무려 부모님까지 모시고 갔더랬지만, 동생과 보러가서 이만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영화는, 아마 밀양 뿐이지 않을까. 비록 코멘터리와 함께 들었다지만, 그건 다시 봐도 마찬가지라서, 어떤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동이나 그런 것도 없이 그저 좋은 소설 한 편 보았을 때의 말끔함, 그리고 그것을 풀어낸 방식에 대해 놀라워한다든가, 그런 것 외에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이 영화와 관련된 인상적인 일은 단 하나다. 영화를 보고 나서, 과연 종찬과 신애가 그 뒤로도 친밀하게 지냈을 것인가, 즉 '같이 살게 되었을까'라는 문제에 대해 아버님께서 의견을 물으셨는데 나와 동생은 No, 부모님은 Yes였다. 어우, 저런 타입 싫어, 하며 질색했던 나와는 달리 그래도 사는 게 그게 아니라고. 그래, 그 말이 옳다. 세상은 모두 합리적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이것은 단지 인간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현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극히 세속적으로 살고 있는, 그러나 그것이 결코 추하다거나 저질스럽지 않고, 그렇게 보지도 않는, 시선은 햇볕처럼 따스한 듯도, 그러나 감정은 없다. 의중을 짐작할 수 없는, 인간이 믿는 절대적인 존재처럼.

신애라는 여자가, 종찬을 포함한 세상과 부딪히며 고통받고 괴로워하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에서 조막만한 햇볕과 같은 온기를 발견한다. 그것은 행복이라고도, 기쁨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고. 그러나 아직 나이가 어린 까닭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마음을 울리진 않아. 어째서일까, 이야기 자체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도 아닐진대.

그리고 코멘터리의 결론은 송강호는 천재다. ㅇ<-< 내가 한 얘기가 아니고, 코멘터리 말씀하시던 분들이. :D 응, 감독님 말씀하시는데 나도 깜짝 놀랐지. 아니, 저게 다 머릿 속으로 생각하고 연기한 거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