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은 심란합니다.
내가 좀 처절하고 밑바닥까지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아슬아슬하게 아기자기한 거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고, 아하, 그래서 낚였구나. 버려진 요새 전까지는 그야말로 시트콤이란 느낌이었는데 이거 점점, .....심각해지네요. 그런데 애들은 투닥투닥 귀엽게 놀아요. 무언가 밑바닥에 금방이라도 부글부글 끓어오를 듯한 불안한 기운을 품고.
이하 32렙 시나리오 스포일러 포함합니다.
크로모도가 파티에 끼게 되었죠. 대체 어떠한 이유로 끼게 되는 걸까, 숲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마을 밖에 있는 건가 싶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그게 모두 퀸시 때문이었구나. ㅇ>-< 어, 그것도 치유의 돌이라는 부분에서.
위에서 크로모도와 슈발만의 대화 뒤에, 슈발만의 저 이야기와 과거의 모습이 나오는 게 어쩐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엔 똑같은 목적을 향하여 같이 여행을 하게 된 셈인데 문제는,
이런 대사가 나왔다는 거예요.
그렇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죠. 덕분에 발만이는 벌써 5년 간을, 죽은 자의 의지에 따라 여행해왔고, 사실 게임 내에서 묘사되는 발만이 실력이라면 평화로운 영지에 정착하여 적당히 괜찮은 지위를 누리며 살아도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5년 간이나 대륙을 떠돌며 여행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더더구나 기사 신분도 아니라, 계속 그가 내세우는 기사도라는 것에 대하여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용병 생활이라니, 무던한 성격 탓에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음, 제 머릿 속의 슈발만은 안정된 생활을 훨씬 좋아할 듯한 이미지예요.
그래도 아직 찾지 못하고 여행을 다니는 중입니다.
그 사이, 스물 둘이던 파릇한 청년은 벌써 스물 일곱이란 나이를 바라보는 중입니다. 이제 곧 아저씨가 될 테고, 사실 판타지에서도 서른 쯤 넘으면 정착하여 애 낳고 키우는 쪽이 어울리죠. 그 5년 간,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여행을 지속하게 될까요.
그런데 그 치유의 돌이 하나 뿐이랍니다.
이거 뭐, 어쩌라는 거야. OTL 영주의 유지였다고 말하는 걸 보면, 자신을 되살려달라 이런 내용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아마도 그에겐 중요한 사람의 치유를 부탁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우리 ~ 를 부탁하네, 제발, 이런 느낌으로. 그래서 아마 영주의 딸이라든가, 부인, 지극히 가까운 사람의 안위를 맡긴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어쨌든 슈발만에겐 타인이 됩니다. 그렇다고 치유의 돌을 찾아간다고 해도 그에게 보상해줄 사람이 남아있는 것도 아닐 거예요. 그래도 5년 간을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렇듯 여행을 하다 찾았다면,
하나 밖에 없다던 치유의 돌은 과연 누구의 손에 주어져야 하나요? 퀸시의 이야기가 제대로 나온 걸 보면, 아마도 크로모도 쪽에 주어져야 이야기가 풀릴텐데, 그렇다면 슈발만은 그가 바쳐왔던 오랜 시간을 모른 척 하고 크로모도에게 양보를 하게 될까요? 소위 기사도라는 것은, 약자를 보았다면 그대로 지나치는 것이 예가 아닌 까닭에, 거짓말을 하는 것조차 그래서는 안 된다고, 그야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올곧은데.
그 상황을 떠올려보니까 .......... 그냥 어쩐지 처참한 느낌이 들었어요.
슈발만의 이름을 듣고, 욕을 닮았다며 웃다가도 그 때 떠올랐던 이름의 유래가 이게 아닐까, 싶었던 게 차차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글을 쓰려다 찾은 단어였는데 chivalry, 기사도를 뜻하는 영단어와 매우 유사합니다. 아마도 슈발만의 이름은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로도 그렇단 얘기를 들은 것 같고.
지금은 그저 시트콤의 중심 인물일 뿐인 슈발만의 결말은 과연 어떤 것일까.
주어지는 이야기들이 도저히 전체관람가로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잔인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모래성일 뿐인 것을, 화려하게 쌓고 있는 것만 같아요.
그래서 가슴이 좀 묵직합니다.
사실 연출이 좀 구식이다 싶은 건 있는데, 음, 그래도 이번 시나리오도 좋았어요.
크로모도가 마을을 떠나게 된 장면도 그렇고, 그 때의 연출을 보고 뭐야, 손발이 오그라들어, 라고 생각했는데 괜히 가슴은 뭉클. 우와아앙ㅠㅠㅠㅠㅠㅠ 진짜 시나리오 때문에 내가 이 게임을, 이 게임을!!!!
+) ...오늘은 피곤하기도 하고, 알바 준비도 해야 해서 안 들어가려고 했는데. 발만이 보고 싶어요 ㅠㅠ 흐어엉 ㅠㅠㅠㅠ
+) 덧글에 40렙 시나리오 네타가 있습니다. OTL 혹시 보시면 수정해주세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