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내가 발만그래를 쓰게 될 줄이야. OTL
어, 음, 귀가 얇은 편이라고 얘기했던가요?! 무심코 던졌던 말에 책임을 이렇게 집니다. 아니, .....우연히 그냥 툭, 던져봤을 뿐인데 모 샤티양의 덧글에 '어, 정말로 괜찮은가?!'하고 솔깃했을 뿐인데,
란슈 글이 안 써지더라구요. OTL
갑자기 끌렸을 뿐입니다. 네, 노말도 씁니다. 좋아해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열 다섯살 차이나는 아저씨+소녀 글을 쓰고 있겠어요. -///-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라....... 대체 이 커플링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ㅇ>-<
그, 그래도 꽃히면 씁니다.
실은 홈페이지에 올려야 할텐데, 생각지도 못하게 날 부추긴 모 샤리양 보라고. 노말이니까 볼 수 있지?!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너는 꼭 봐라!!! 책임을 지라고!!!
물론 버려진 요새 시나리오의 네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얀 양떼 한 무리가 푸르른 하늘을 건너고 있었다.
그 앞에 양치기가 있었더라면 가슴을 치며 답답해할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그러나 괜찮아, 라고 그래니트는 중얼거렸다. 그 덕분에 이렇듯 느긋이 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걸. 한 마리, 두 마리, 그 옆에는 새끼 양이 메에하며 뒤따라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혼란스레 움직이지도 않고 한 걸음 씩 서로 거리를 두고 조금씩 나아갔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 아이들은 머나먼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언젠가 발길이 닿고 말,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보이는 거라곤 하늘 가득 물결이 인 듯한, 아름다운 문양이 흐릿하게 떠오른 모습뿐이었다.
[ 금방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
[ 이 근방은 안전치 않습니다. ]
마치 메아리마냥 방향 없이 툭, 하고 던진 말이 되돌아왔다. 그래니트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눈동자는 선연한 녹빛으로, 봄날에 갓 피어오른 새싹의 빛깔을 닮아 있었다. 손으로는 등 뒤를 짚고 고개를 젖힌 채 하늘을 바라보던 자세 그대로, 그래니트는 시선을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면 이 사람들은 언제나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혼자 중얼거려도 반드시 제 목소리를 되돌려주는 메아리처럼, 좀처럼 혼자 있을 시간을 주지 않았다. 누구라도 그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 곳에는 장신의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등에 맨 대검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걸치고 있는 갑옷은 비교적 가벼운 편이었다. 충분히 볕을 쐬고 있는 그래니트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는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그래니트의 옆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특히 이 사람이 그렇다고, 그래니트는 멍하니 생각했다. 누군가 혼자 일행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 같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바로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그 뒤를 따르곤 하는 모습을 늘 보아왔다.
어느 날엔가 슈발만 씨는 왜 그렇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엘로트가 웃으며 아마도 그것이 그의 버릇이겠지요, 하고 답해주었다.
그런 것도 버릇이 되나요?
그것이 그의 일이었으니까요.
그래니트가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조금 곤란하다는 낯빛을 하고, 그는 이따금 그래니트의 시선을 흘렸다. 괜찮다는 것처럼 그래니트는 방긋 웃었다.
[ 귀찮게 해버린 것 같아서 죄송해요. ]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
[ 조금 더 이 곳에 있어도 괜찮을까요? ]
[ 네, 오늘은 이 근처에서 노숙할 생각이었으니까 저녁 식사시간 때까지는 여유가 있을 겁니다. ]
정중한 그의 말투는 다른 인간들과도, 일행들과도 달랐다. 핑코에겐 여동생처럼 다정히 말하는 그는, 저나 이실리아 등의 적당히 나이를 먹은 여성에겐 다르게 행동했다. 핑코가 스스로 살갑게 다가가는 편이 아니었다면 핑코에게도 그처럼 풀어진 모습을 보일 리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럴까, 하고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버릇이다. 그러나 예전엔 그것이 그의 의무였다. 때문에, ‘그’를 뒤따라 간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조금도 고려치 않은 채로. 그런 점은 정말이지,
애그리트, 당신을 닮았어요.
[ 이제 정말로 머지않았어요. 저렇게 눈에 보일 정도가 되니까, 가슴이 두근거려요. ]
[ 긴 여정이었습니다. ]
다소 거리가 떨어진 곳에 앉은 그는, 이제껏 여행해온 과거를 떠올리듯 슬며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니트의 시작은 버려진 요새부터였다. 아직도 그 곳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히 떠오른다. 허물어진 곳도 더러 있었으나 그 시절에는 자신과 동족을 굳건히 지켜주던 장소였다. 끝내 그 곳을 떠나 독무의 숲으로 향하게 되었어도, 버려진 요새에서의 추억은 가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작은 저보다 5년을 더 거슬러 올라야 할 것이다.
[ 저, 그러니까,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될까요? ]
[ 나시프 족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까? ]
[ 네. ]
그는 그래니트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듯, 눈썹을 기울이며 웃어 보였다. 어딘가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 보이는 웃음이었다.
[ 어떤 대답을 듣게 되더라도 그들의 이야기가 반드시 진실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 그들이라면, 신 말인가요? ]
[ 그렇습니다. 그들이 진정으로 언제나 올바른 길을 갈 수 있었다면, 저렇듯 인간의 손에 자신들의 길을 차단당하는 일도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
[ …그래도. ]
[ 인간도, 나시프 족도 그 손으로 만들었던 만큼 상냥하게 말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
잠시 말을 끊었다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오래도록 천천히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어떠한 말을 듣더라도,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 그렇지 않을 거예요. ]
[ 믿고 있습니다. ]
그는 빙긋 웃어 보였다.
[ 그래니트 씨는, 강한 분이시니까요. ]
그래니트는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는 진중한 목소리로 전해오는 그의 마음이 무겁고도 따스해서, 방금 들은 그의 말은 오롯이 진실이 되리라고, 저의 모습이 그의 말대로 강인할 것을 꿈꾸었다. 어느 샌가 하늘 위로 펼쳐진 결계진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 곳에서 저희들을 만든 신을 만난다. 그가 아무리 냉정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더라도, 저는 굴복한 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의연하게 서서 당당히 저희들의 존재 이유를 묻고, 그것이 더없이 하찮은 것이라면 이제부터 저희가 만들어가겠노라 외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당신이, 그리고 이 사람들이 제 곁에 있어준다면,
[ 네, 그럴게요. ]
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으로 자신의 다짐을 굳건히 하듯, 그래니트는 한껏 미소지어 보였다.
[ 슈발만 씨. ]
[ 네? ]
[ 이 여행이 끝나면 말예요, ]
반쯤 몸을 일으켜 그래니트는 그와 거리를 좁혔다. 그의 눈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붉은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역시나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그래니트는 생긋 웃었다.
[ 무얼 하실 거예요? ]
[ …글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
[ 저도 나시프 족 마을로 돌아갈 거예요. ]
[ 그 곳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
그 말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그래니트의 눈썹이 기울어졌다. 그런 기색을 손쉽게 읽어낸 슈발만은 영문을 알 수 없어 얼굴 위로 의아한 빛을 띄웠다.
[ 함께 해 주세요. ]
[ 네, 물론……, ]
[ 떠나지 말아요. ]
어느 샌가 그래니트의 손에는 풀꽃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그래니트는 의외로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슈발만에게 내밀었다. 그 웃음이 기억에 있었다.
[ 떠나지 마세요. ]
그의 머리칼 색을 닮은 노을이 아름답던 곳이었다. 아직도 그와 함께 떠나던 나시프 족을 이끌던 남자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저는 그것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여러 나시프 족과 함께 떠났던 남자는 돌아오지 않은 채, 오직 그만이 저의 곁으로 돌아왔다.
애그리트가 남긴 흔적을 들고.
그래니트는 새삼스레 제 목에 두른 목걸이의 무게감을 느꼈다.
[ …떠나지, 않겠습니다. ]
그만큼 결연한 표정은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단 마음까지 그대로 드러낸 채로, 그는 마치 목숨이라도 바치겠다는 것 마냥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슈발만은 그래니트가 내민 꽃을 받아들었다. 슬그머니 손끝이 스쳤다. 감촉이 거칠었다.
그래니트는 꽃 같은 웃음을 지었다. 평소처럼 햇살을 닮은 웃음이었다. 그처럼 순수하고 맑은 웃음은 그 누구도 지을 수 없을 거라 늘 생각하였으나, 그 날의 그 웃음만은 그토록 슬퍼보일 수 없었다고 훗날 슈발만은 기억하였다.
그래서 슈발만은 감정을 억누르듯, 눈을 질끈 눌러 감았다.
사실 슈발만이 느슨해지는 건, 몇몇 시츄 한정이긴 하지요. 핑코가 태클을 걸었다든가,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간다든가, 예를 들면... 21레벨 시나리오였던가. 발만이의 연기력을 검증해주다니, 아엘로트 사랑한다ㅠ_ㅠ!!! 보통 때는, 그야말로 이렇게까지 고지식할 수가! 이렇게까지 딱딱할 수가!! 같은 느낌인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라, ........발만이랑 그래니트랑 조금이라도 닮았나요? 특히, 그래니트는 무언가 느낌이...OTL 그냥 '어, 의외로 괜찮을 것 같은데?' 라는 말을 듣고 나니 왜 그런가 이유를 짚어가다보니. 발만이라면 그래니트가 나시프 족인 까닭에 받았을 상처도 끌어안으면서, 그리고 자신이 짊어졌던 무게를 조금도 그래니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래니트 덕분에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야말로 햇살같은 아가씨잖아요. -///-
과거의 남자 둘은 과거로 남겨두고,
이러다 진짜 노말로 핑코x발만과 더불어 발만그래까지 지지하게 생겼어요. OTLOTL;;
그야말로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사실 뭐 이유라고 한다면, 그냥 타르타로스의 노예인 덕분에.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