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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박쥐를 보고 난 감상 세줄 요약.

박쥐
감독 박찬욱 (2009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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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강호가 섹시합니다.
2. 그것도 장난아니게 섹시해요.
3. 그것도 모자라 귀엽기까지 합니다.

  한 줄 더 덧붙이자면, 김옥빈이 맡은 태주 역할은 어딘가 욕망에 충실한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았어요. 내내 억압받다가, 그제야 새로운 세계에 갑작스레 내던져진 것처럼, 정말로 그 때에서야 겨우 태어난 것처럼 모든 욕망을 표현하고 나타내고, 원하고, 욕구하고, 섹시하기보다 어딘가 천진한 아이같은 표정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쓰고보니 한 줄이 아니네요. OTL



  한 번 더 봐야 좀더 확연히 이해가 될 것 같은데,
  그들은 모두 인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확연히 느껴졌던 건, 태주 역이 흔히 묘사되는 악마 그 자체로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성에 제어당하고, 갈등하고, 망설이고, 때로는 충동에 어떠한 행동을 자행하고, 그러나 끝끝내 욕망에는 벗어나지 못하지만, 태주 역은 자라온 환경 때문이라도 단 한시도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 그렇게 느껴지도록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내내 욕망에 충실했고, 갈망하고, 마지막까지 살고자 발버둥쳤고, 그런데 그래서 매혹적이고 아름다웠어요. 단지 성적인 욕망 때문에 그러한 게 아니라, 그것까지 포함해서 그저 그 자체로.

  어, 사실 이렇게 진지하게 쓸 여력이 남아 있는 게 아니라OTL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송강호라는 배우가 이렇게 섹시할 수 있구나! 한 두 장면이 아니예요! 으, 으아아, 약간 곱슬거리는 머리칼도 그렇고, 어딘가 처연해보이는 표정도 그렇고!!! 아저씨ㅠ_ㅠ!! 아아, 아저씨!!

  뭐 하나 꼽기가 힘들지만 굳이 한 장면을 얘기한다면,


  해피 버스 데이, 태주씨.


 으아아아아아아아아. ㅇ>-< 격침이라는 건 이럴 때 하는 말이구나!
 그 장면 엄청나게 강렬했던데다, 사실 강렬하지 않았던 장면이 없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영화 다 끝나고, 으아아, 이 감독 짜증나, 를 외치면서 몸 전체에 힘이 쪼옥 빠져있길래 굉장히 놀랐었는데, 실제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순간이 단 한시도 없어요. 느릿한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속도감도 있고, 게다가 내 세상에 블랙유머에 웃어보다니. OTL

 추천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미묘한 탓에 어느 쪽도 불가능하다고 말하겠지만, 그래도 표값이 아깝단 생각은 아니듭니다. 실제로도 굉장히 편안했어요, 이제껏 박찬욱 감독의 영화 그 어떤 것보다. 게다가 두 사람이 처연하면서 애틋했고, 특히 간혹 거칠어지긴 했어도 일관된 사랑을 보여주던 상현은, 정말 놀랍도록 멋있었습니다. 태주가 부러워질 정도로. 으으, 마지막 그 눈빛을 보며 죽을 수 있다면 그런 식으로 죽어도 좋을 것 같아. ㅠ_ㅠ

 그러고보면 뱀파이어 영화가 아니라 확실히 멜로물이네요. 그 대상이 천진한 아이인 탓에, 그 아이가 상현이 보내는 사랑을 알 수 있었을까 싶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좋아했을 거라 생각해요. 그야말로 지옥같던 그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자, 게다가 굉장히 매너도 좋지 않았나요. -///- ...때린 거 빼고. 영화가 딱 끝난 뒤에는 내가 이걸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시 보러 가고 싶어요.

 근데 동생이 아닌 친구랑은 갈 자신이 없어요. 혼자갈 자신은 더더욱 없고. OTL
 정말 오래 기다렸던 영환데, 기다렸던 만큼 좋은 작품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아니, 김옥빈 씨까지 포함해서 세 분.


  덧. 그러고보니 논란이 되었던 노출 장면 말인데, ...왜 논란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장면이 그렇게 연출될 거라곤 생각못했는데, 감독이나 배우가 얘기했던 뜻을 알 수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그 상황에서 샷을 위로 올렸으면 웃겼을테고, 그냥 자연스레 표현한 결과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확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오죽하면 그걸 잊고 있다가, 다른 감상들 보고 아차! 생각 나서 이렇게 적고 있을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