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타르타로스 온라인 30레벨 스포일러 포함합니다.
보입니까.
이것이 내가 만들고자 했던, 끝내는 만들고만 세계입니다. 대체 무엇을 원한 거냐고 물을 셈입니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도 강한 목소리로 그 목적을 외칠 수 있습니다. 술법사는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기적의 힘을 일으킵니다. 나는 내 손으로 신과 인간의 교류를 끊었습니다.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인간은, 신의 힘 따위 빌리지 않아도 자신의 다리로 굳건히 대지를 딛고 일어서 하늘을 우러를 수 있습니다. 그 하늘은 인간의 것입니다. 이 대지도 인간의 것입니다. 취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이 손에 넣고 내 뜻대로 살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의지가 있으며, 얼마든지 자유를 누릴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도구가 아닙니다. 나는 그것을 당신들에게 증명해보일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나는 나와 같은 인간들에게도, 나와 어깨를 견주고 사는 다른 종족들도 그것을 깨닫길 원했습니다.
당신은 당신 그 자체로 자유로우며, 그 자체로 존재할 가치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이 내가 그릇된 일을 범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러한 일을 행한 나를, 자유의지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인간이라면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하늘이 붉다. 대지도 붉었다. 처참한 살육의 증거가 그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렇다, 나는 이러한 세계를 원했다. 또한, 원하지 않기도 했다. 자신의 욕망을 탐하기 위해서라면 굳건히 세워져 있는 윤리의식 따위, 가벼이 코풀 듯 내팽개치고 거침없이 짐승같은 흉폭함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왕이며, 영주며, 기사며, 신관이며, 그리고 또, 그 외의 다른 존재라도 그동안 억압을 받고 있던 것에서 벗어나면 마치 야생마처럼 날뛰고 말 것임을 빤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 자신도 인간입니다. 고민하지 않았겠습니까, 괴롭지 않겠습니까. 내가 정녕 이러한 세상을 원하였다고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할 수 있겠습니까. 죽은 자를 애도하는 상복을 닮은, 검은 옷을 몸에 두른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고요히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내가 원하였던, 만들어낸 세상입니다.
이것이 '타르타로스'의 결과입니다.
+) 시나리오 업데이트 예고를 보고는, 델리오 영주성에 대한 설명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입니다.
타르타로스가 펼쳐지기 전에는 신들의 전투가 대륙을 뒤덮었을 것이며, 타르타로스가 펼쳐진 뒤에는 오직 인간들이 자유 의지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벌였겠죠. 일대의 혼란기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갑작스레 통제가 거두어지면, 이 손에 얻은 자유를 한 번 마음껏 휘둘러보고 싶은 게 또 사람 마음이기도 할 것 같아요.
아엘로트가 과연 그런 일 정도 예측을 못 했을까. 그래도 굳이 그런 일을 행한 것은, 악의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일어지고만 살육에 대하여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리가 없겠지. 과연 그는 어떠한 느낌을 받았을까. 인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무척이나 괴로웠겠죠. .........으으으, 그렇게 생각하니 갑작스레 가슴이 먹먹해지는 거예요;ㅅ; 아이구, 우리 아엘이.
원정대의 색깔을 결정하는 건, 사실 핑코와 슈발만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표현하는 바에는 아무런 거짓도 없고, 핑코도 가끔 핀잔을 던지긴 하지만 아이다운 선의로 가득차있잖아요. 슈발만은 그 고지식한 기사도를 바탕으로 하는 것 같고, 두 사람의 존재가 유난히 마음에 드는 까닭은 아마도 그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일행의 치유계인 것 같아요. 내키는 만큼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고, 그래도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아요. 원정대로 묶여 있으면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크게 신세를 져야 할 만큼 약하지 않으니까. 내가 갖고 있는 게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힘들죠. 그만큼 잃어야 할 것도 많고.
그렇다면 아엘로트는 이 일행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것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 세상은 질척하고 어둡고 칙칙한데, 이들과 함께 있으면 언제든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느낌이 너무나 좋아요!
그러니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