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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내용에 대한 잡담


1. 류정한의 토마스는 매우 자신감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토마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매우 부족한 편인 듯 하다. 토마스의 꿈은 앨빈이 준 책의 서문(그것도 앨빈이 '네 운명을 바꿀 선물을 할 거야'라고 책을 선물한 덕분에)에서 결정되었으며, 토마스는 어릴 적부터 집에는 가지 않고 크리스마스를 앨빈과 함께 보냈다. 집에선 토마스가 앨빈의 책방에서 무얼 하든 '별 관심이 없었다'라고 서술한다. 어릴 적부터 가족에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했을 거라고 추측한다면, 앨빈의 존재는 토마스를 유일하게 긍정해주는 사람이었을 터다.

2. 그와 더불어, 앨빈은 자신을 '아빠는 엄마를 천사처럼 생각했고, 나는 둘의 모든 걸 합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토마스는 '또라이짓'이라고 일컬은 앨빈의 행동을 앨빈의 아버지는 좋아했다고 기억한다. 그러한 묘사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어릴 적 앨빈의 삶은 어머니가 없었어도 매우 반짝거렸을 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진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받았으며, 그 뒤로는 앨빈에겐 아버지가 있었다. 그것도 앨빈 스스로 무척 자랑스러워 했던.

3.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랑은 충분히 받아본 사람만이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

4. 또한, 무조건적인 애정을 받았느냐, 그러하지 못했느냐의 차이는 한 인간의 자존감을 결정짓는다.

5. '자신보다 앨빈이 훨씬 재능이 뛰어났다'라는 토마스의 서술은 따라서, 자존감이 낮은 탓이지 않을까 싶다. '나비효과'라는 소재에 대하여 많은 소설가들이 소설을 쓸 수 있겠지만, 그 소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느냐는 재능의 문제다. 똑같은 막장 소재를 갖고도 '다른 사람 눈에도 쓰레기'인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 눈에는 명작'인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즉, 토마스는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6. 자존감이 낮으므로 토마스는 자연스레 타인의 인정을 갈구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리하여 대학 입학을 위한 소설의 평가를 앨빈에게 맡긴다. '애니'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결정을 회피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인정받는 경험은 토마스에겐 무척이나 달콤했을 것이다. 그 정도 우쭐해하고 자신의 성과에 취하는 것으로 토마스는 자신을 달랬으리라. 그리하여 더 많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하여 글에 매진했지만, 그것은 생각 외로 잘 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이야기(앨빈과 함께했던)를 부정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쓸데없는 작업에 골몰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7. 토마스의 문제가 낮은 자존감이었다면, 앨빈의 문제는 어머니와 함께 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까. 앨빈은 자라길 두려워하나. 어른이 되는 과정을 싫어하는 것 같긴 한데, 창용앨빈은 그에 대한 '두려움'은 느껴지질 않는다. 회피라기 보단 자기가 선택한 결과란 느낌일까. 매번 할로윈 때마다 엄마 목욕 가운을 입고 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고 토마스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억누르고, 토마스의 재능을 인정하여 그를 보내줄 것을 결정했다. 앨빈은 '또라이'같고 '아이'같은 행동과는 달리 강한 사람인 것 같은데, 대체 그 결과는 어찌된 일일까.

8.  토마스와 앨빈은 처음 만날 적 같은 추억(멋진 인생)을 바탕으로 '혼자보단 둘이 낫단 걸' 깨달았다. 토마스가 클라렌스 천사라는 걸 알아본 건 앨빈 뿐이었고, 토마스가 클라렌스 분장을 하게 옴으로써 토마스는 앨빈이 분장한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천사'가 되었다. 목욕가운이 엄마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매개물이었다면, '엄마가 좋아하는 천사의 모습'으로 처음 만난 토마스도 엄마에 대한 기억과 연결된다. 그렇다고 해서 앨빈이 토마스에게서 엄마를 찾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 영화를 보지 못해서 클라렌스 천사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겠는데, 앨빈에게 토마스는 그 자체였을 것 같다. 동시에 무척이나 사랑하는 친구란 선을 지켰다.

9.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며, 앨빈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점차 앨빈에게서 멀어져간다.

10. '나비'라는 소설을 들었을 때 앨빈은 기쁨과 절망을 동시에 느꼈겠지. 토마스와 이별할 수밖에 없겠단 절망, 그러나 자신과 토마스의 이야기가 여러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기쁨. 앨빈이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바랐던 것은, 아마도 그 뿐이었을 터다. 이제껏 우리의 이야기를 네가 써왔던 것처럼,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도 그렇게 남겨줘.

11. 내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 이야기야. '내'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 건 토마스 뿐, 앨빈은 그저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임을 인정해주길 바랐을 것이다. 토마스의 부정은 오래된 자신과의 추억과 함께 토마스의 친구인 자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12.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이브날, 앨빈은 다리 위에 섰다. 현재로선 절망밖에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삶을 바꾸어줄, 천사 클라렌스의 방문을 기다렸을까. 그 위에서 앨빈은 멋진 인생의 '조지 베일리'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돌이켜볼 기회를 얻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13. 앨빈이 죽은 뒤에야 토마스는 겨우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임을 인정한다. 앨빈을 잃은 뒤에야. 토마스의 마지막 이야기는, 앨빈의 마지막을 추억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그의 뮤즈는 앨빈이었으므로. 제목은 크리스마스 이브, 쯤이 될지도 모르겠다.



뭔가 생각나면 더 추가.
아무래도 캐스팅이 다르면 해석도 달라질 것 같아서. 캐스팅은 토마스+류정한/앨빈+이창용에 기반을 두고.


이것도 직업병인갑다.
뭘 어떻게 하게 되어도 이제는 '인물의 어릴 적 일들이 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에 초점을 두게 되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