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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100814 (류정한/이창용)



눈속의 천사들.


 사진은 다른 페어지만, 가장 마음을 울렸던 장면.
실제로 눈이 쏟아짐과 동시에 종이가 눈처럼 쏟아져내리고 노래와 극이 절정에 이른다.

자꾸만 어긋나던 두 친구의 마음이 하나로 일치되고,
어떻게보면 앨빈이 무엇을 바랐던 것인지 가장 확연히 드러내는 부분임과 동시에,
또한 온갖 마이너스 감정에 사로잡혀 자책만 하던 토마스가 드디어 어두운 껍질을 깨고 나오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지난 10일. 내가 진정 이 공연을 진정 반짝반짝 빛난다고 생각했던 걸까.
  공연을 보고 나온 직후엔 진짜 다시 보러 오기 싫다고 느껴질 만큼 씁쓸한 기분이었다. 아, 그렇지. 이거 줄거리만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비극이지. 과거의 추억을 돌이켜보면 무슨 소용인가. 나는 네 이야기 속에서 영원토록 살아 있을 거라 위로해주면 무슨 소용이야. 어찌되었든 소중하게 여기던 친구는, 그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게 크리스마스 이브 쓸쓸히 강물 위로 몸을 던져, 이제는 곁에 없는데.

  10일 날 보고 와서는 그랬다. 아니, 이런 토마스 나쁜 놈!
  그러나 14일 날 보고 와서는, .......앨빈 이런 나쁜 놈 ㅠㅠㅠㅠ 하고 속상해했다. 앨빈에 대한 해석이 다소 바뀐 건지, 아니면 내 심경이 울적했기 때문인지 그 날의 앨빈은 좀처럼 반짝반짝 동화처럼 빛나보이질 않더라. 여전히 사랑스러웠지만, 열 다섯 엄마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를 때부터 어쩐지 시종일관 가라앉아보였다. 잠깐, 토마스가 도시로 올래, 라고 물었을 때에는 반짝 빛났지만 이윽고 오지 말라고 말했을 때에는, 그리하여 돈과 명예였나, 그 부분에선 다소 냉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하고 공연을 보고 와 동생과 논의했는데.

  본래 공연 볼 때마다 조금씩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단다. 몰랐지, 나는. 하긴, 함께 간 친구 중에 뮤지컬 처음 보는 친구가 그게 모두 진짜 라이브였냐며 놀라기도 했으니, 매 공연이 완벽히 똑같으리라고 생각한 게 더 어리석은 일이긴 하다.


  그래도 취향을 말하자면,
  이것은 토마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돌이켜보는 과정이고, 본래는 비극적인 내용을 밑바닥에 깔고 있기 때문에 10일 날 본 것처럼 화사하게 반짝거리는 느낌이 더 좋은 듯 싶다. 마치 동화처럼, 10일 날 본 앨빈은 진정 꽝꽝 얼어붙은 강물로 떨어진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천사 클라렌스를 만나 하늘로 날아오른 느낌이었다. 아이같고, 순수하기도 했고, 또 그만큼 토마스를 아끼고 애정하는 것처럼 보였지.

  그러나 만약 14일 본 그대로라면, 앨빈은 어느 정도 자기가 하는 행동이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르는 길이란 걸 예감했고, 그 뒤에 토마스가 겪을 혼란스럽고 괴로운 감정을 예상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토마스의 기억 속 앨빈은 지나칠 정도로 반짝거려서, 그렇게 현실적인 면을 지닌 앨빈이라면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괴로워서. 14일 날 보고 나와서 괴로웠던 것처럼.


  그래서 친구가 말하길, 창용앨빈은 어린 아이 시절 그대로 머물러 전혀 자라질 않은 것 같다고, 그건 어느 정도 연기력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그게 연기력이 부족하여 미흡하게 표현된 것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든,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극 분위기나 음악이 반짝반짝 빛나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더 어울리지 않나. 인어공주의 결말처럼 '그래서 인어공주는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늘로 올라갔습니다'와 같은 결말이 어울릴만큼 말야. 그러려면 더더욱 앨빈은 어린아이로 머문 채 화사해야만 하고.

  물론 그러면 극의 의도와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는데,
  내 취향을 직격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그 쪽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넋 놓고 빠져 있는 거고.


천진하기 그지없는 창용앨빈. 하악하악. 그 옆에서 따사롭게 지켜보고 있는 토마스가 훈훈.
가까이서 보니까 저렇게 앨빈이 어릴 적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이야기에 일일히 반응하는 토마스의 모습에
그 기억이 앨빈에게 뿐만 아니라, 토마스에게도 무척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이란 게 느껴져서 무척 좋았다.


  책방도 팔지 않고, 그 마을을 떠나지 않은 이유도 사실 어떻게보면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지 않을까.
  토마스의 기억 속 책장이 곧 '헌책과 새책' 책방의 풍경이 되는 것처럼, 앨빈과 더불어 그 장소 자체가 토마스에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고 앨빈에겐 토마스와 함께 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장소였으리라. 앨빈은 어린 아이인채로 머물러 있었지만, 적어도 그 사실 하나만은 영리한 머리로 인지하고 있었을 거라 추측해본다.

  이 곳은 나와 토마스의 소중한 장소니까, 나는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나와 이곳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너에게 주겠어. 영원토록 많은 사람들 마음에 남을 수 있도록.

  그래서 10일 날 본 공연으로 추측해보면,
  앨빈은 '멋진 인생'의 인물처럼 괴로움에 지쳐 다리에서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천사 클라렌스'를 만나 다시 토마스와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서 뛰어내렸을 거라고, 왜냐하면 '멋진 인생'에서는 그것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었으므로. 그런 꿈을 꾸었으며 뛰어내렸을 것 같았다.

  그러나 14일 공연은 아니야. ㅇ>-< 이 자식, 토마스가 괴로움에 몸부림칠 걸 알면서도 자신의 절망감, 혹은 내 이러한 행동으로 토마스가 무언가를 깨닫게 되리란 생각으로 뛰어내렸을 거야!!!! 이 나쁜 놈!!! 그런 게 어딨어. 그래도 살아서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더 좋잖아!!! ........라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10일 공연이 더 취향이야. ㅇ>-<
  그러니까 다음에 혹여나 공연을 보게 되면, 반짝반짝한 앨빈으로 돌아와주세요 창용님 ㅠㅠㅠㅠㅠ 배우님 ㅠㅠㅠㅠㅠ
  그렇잖아도 현실이 너무 괴롭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 ㅇ>-<



  어, 그런데, 사실, 극 내용으로 보면, 14일 공연 쪽이 해석이 더 옳겠지. ㅇ>-<
 


  배우에 대해서라면,
  .............ㅎ...... 최애인이 바뀌었습니다. 오예. ㅇ>-<

  사실 가까이서 보니까, 창용씨가 좀 세심한 부분을 놓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예를 들어, 토마스가 독후감 발표할 때에는 '어린 앨빈'으로 듣고 있는 건데 땀 좀 귀엽게 닦아주면 안 되냐구. ㅇ>-< 어딜 봐도 성인 남자가 '헉헉 더워'하며 땀 닦고 있는 모양새. 퇴장하지 않았으니 그 순간도 나름 연기의 연장선 아니냐며. ㅠㅠㅠㅠㅠ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긴 하지만, 아니, 그래도.

  아버지의 송덕문을 즉흥적으로 생각해내어 이야기할 때에도,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아버지의 이야기를 좀 더 풍부히 표현해내는 모션을 취해줬으면 싶었다. 책방 주인이니까 책을 꺼내어 읽는다던가, 아들인 자신에게 다정히 대해줬다는 부분이라든가, 그래야 '잘해요, 이야기를 끝도없이 만들어내요'라는 토마스가 열등감을 드러내는 부분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노래는 취향을 직격한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더할나위없이 완벽했지만,
  미묘한 감정표현이.... ㅇ>-< 얼굴 표정이.... ㅇ>-< 어, 앨빈은 조금 더 표정이 풍부해야 할 것 같은데..... ㅇ>-<;;


  류정한님(어쩐지 극존칭을 붙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의 경우엔, 워낙 훌륭한 배우라고 익히 들어왔고,
  ㅎㅎ... 그런데 왜 보는 사람마저 부끄럽게 장례식 들어가는 부분 끝나고 나니, 관객분들, 어째서 박수를 쳐주시는 건가요. 얼마나 민망했겠어요. 수고했단 의민가. ㅇ>-<



  그래서,
  2차까지만 찍고 그만 봐야지, 했는데 어쩐지 다시 보게 될 듯한 이 불길한 느낌. OTL
  석준앨빈 한 번 보고, 창용앨빈 막공이라도 챙겨서 보러 갈까...........ㅇ>-< 아, 배우님, 진짜 왜 그렇게 귀여운 거예요 ㅠㅠㅠㅠ 내가 진짜 바짝 말라서 죽겠어....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