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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아마도 기억에 의하면,



  극락도 살인사건을 보고 온 직후, 찾아보니 2007년, 지금으로부터 근 3년 전의 일이다. 아마도 친구랑 보러 갔던가. 스릴러 계열은  그 때부터 영 취향이 아니어서 거의 억지로 끌려갔던 기억이 남는다. 그런데 보고난 뒤에는? 친구는 재미없다며 관심없어 했는데 나는 폴인럽. 아니, 대체 내 취향의 마스크를 그대로 박아넣은듯한 저 배우는 누구야. 박해일이라고? 왜 여지껏 몰랐지? 하고 찾아봤는데, 역시나, 내 취향이 아닌 영화만 찍어주셨더라. 하기는, 그 때에는 영화 보기를 즐겨했던 것도 아니니 모를 만도 했지. 괴물은 봤더랬지만, 송강호 외에는 다른 배우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도 않았고.

  그 뒤에, 그가 나온 필모를 주욱 훑어봤는데 이럴수가. 젊었을 적은 취향을 백프로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거의 이백프로, 삼백프로 이상을 채워주더란거다. 뭐 이런 얼굴이 다 있나. 오밀조밀 확 눈에 띄는 점은 없는데 뭔가, 음, 그러니까, 아무튼.

  그렇게 푸욱 빠졌는데 그 뒤로 나온 영화가 모던보이, 10억. 모던보이는 들려온 평이 좋잖아서 보기를 포기했고(원작까지 찾아보며 기대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또 10억은 모던보이 이상으로 평이 안 좋아서 포기. 내가 박해일 빠순이인 걸 알고 있는 동생이 보고 와서는 절대 보지 말라고 만류하더라. 별 수 있나. 그냥 안 보았지.

  좋아하게 된 뒤로 박해일 좋아하는 사람 몇 명을 인터넷에서 만나 한참 썰을 풀었던 적이 있었더랬다.

  그의 사생활이나, 연기력이나, 작품이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가 젊었던 시절, 아슬아슬한 오오라를 마구 내뿜으며 연기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며, 오히려 전이 나았던 것 같다고 비판하던 부분이었는데, 글쎄, 나는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전작들이 괜찮긴 했던 것 같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야, 너무나 괴로워서 보지 못했고 비슷한 맥락에서 살인의 추억도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질투는 나의 힘 시절만큼은, 확실히 신인상 줄줄히 받을 만 했구나, 싶은 거.


  그리고 오랜만에 그의 영화를 보았다.
  친구와 한 번 보러갔다가 부모님과도 함께 보았다. 이것저것 따지고 안 보면, 영화는 볼만해서(영화 끝마치고 나서는 몰라도 영화를 보는 중에는 무얼 깊이 생각지 못한다) 부모님 두 분도 매우 좋아하셨다. 아마도 소재 덕분이었던 듯 한데 어쨌든 만족. 나이가 좀 들긴 했어도, 여전히 화면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도 맘에 들었고.

  근데, 이런 식의 비교는 좀 그렇지만,
  송강호 좋아하다 박해일 다시 보려니까, 어우, 연기력이며 뭐든 왜 이렇게 풋풋.
  그리고 엄청나게 화면을 예쁘게 그려낸 박찬욱의 박쥐를 보다가 보니까 음, 그림 상으로 좀 거식했던 부분도 있었고.


  그리고 다음 영화로는, 독립 영화라는 짐승의 끝과, 대결'이란 작품을 찍는 모양인데, 나는 그래도 그가 멋진 배우라 생각하고, 이끼에서 제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믿으며, 그래서 좀 더 그가 자신의 매력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영화를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럴 수 있는 감독과 함께 했으면 싶고. 매번 영화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근데 문외한이라 그런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러한 아쉬움이 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나조차 가늠하기 어려워 괜히 답답하다. 아, 뭔가, 이건 아닌데 내가 뭘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뭔가 부족해, 싶은.

  뭔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몇몇 장면에선, 그야말로 눈에 콱 박힐 정도로 매력을 드러내는 배우니까. 적어도 내가 느끼기로는.


  어쨌든 연이어 두 번의 흥행실패를 딛고, 이번 영화는 좀 잘 되었으면 좋겠는데.
  들리는 얘기는 영화에 대한 악평(배우에 대한 악평은 다행히도 좀 드문 편이지만)과 인셉션 진짜 괜찮다는 얘기 뿐이니까 이것도 조금 속상. .......팬심이라는 게 이래서....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