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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그저 얕은 흐느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언제부터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부드럽게 안아 울음을 달래려 어깨를 토닥여도 좀처럼 그치질 않았다. 세차게 쏟아지던 비난과 모멸의 시선을 견뎌내려 온몸에 힘이 다 풀린 주제에 거듭 손이 미끄러지면서도 저를 안고 있는 팔을 끌어당기는 힘은 의외로 완강했다. 마치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선을 간신히 붙들고 있는 양, 그것을 놓치면 이대로 고립되어 버릴 것 같다는 듯이 그의 작은 움직임은 매우 절박했다.

  그가 이제껏 달가워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발 디디고 있던 가족이란 둘레는 꽤나 견고히 그를 둘러싸고 지키고 있었을 터였다. 그것은 제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여 그라는 자아를 이루고 지금의 그를 오롯한 형태로 빚어냈을 것이다. 비교적 자유로이 자라온 자신과 그는 달랐다. 내내 시끌벅적한 가족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느낌이라고, 그는 씁쓸히 웃으며 중얼거리곤 하였으나 그는 대가족의 장남이란 굴레를 지고 있었고 그만큼의 애정 또한 받아왔을 것이다.

  그가 끝내 '자기 자신'을 긍정하지 못했던 까닭이 바로 그때문일 것을 일찍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끝끝내 깨지고 말 거짓된 가면이었다. 그로써 그는 그를 지탱하던 모든 것을 잃었다. 그저 번듯할 뿐인 사회적인 지위, 그딴 것 그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 가족간의 애정이야 끊어질 수 없는 것이라 하여도, 가문의 성을 이을 수 없는 장자란 걸 공표한 마당이니 그들의 관계가 회복되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의 일상은 완벽히 깨어져, 이제는 저에게 벗어나 날아갈 곳도 사라져 버렸다. 마침내 그에겐 오직 저 뿐이었다.

  필요해.

  귓가로 그가 안타깝게 속삭였다.

  네가 필요해.

  젖은 눈가는 발갛게 부어 있었다. 가여워 몇 차례 입술을 떨어트렸다. 금방 괜찮아 질거야, 라고 지금은 별 효과도 없을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정녕 그 외에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마치 벼랑 끝에라도 선 것 같았다. 세상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고요히 흐르고 있었으나, 이제 진실로 의지하고 서로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둘 뿐이었다. 한동안, 꽤 오래도록 그럴 것이다. 단지 태생적으로 그러하단 이유만으로.





  삶은 생각보다 그렇게 아름답지 않으며,
  그 말은 때때로 그런 까닭에 반어로 쓰이죠. 정해진 일상이 있단 건 행복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일상이 늘 유쾌한 건 아니예요. 소중하단 사실은 알고 있어도.

  인생은 정녕 아름답나요?

  고작 팬픽 쓰면서 웬 허세. 괜히 기분 꿀꿀해서 몇 자 끄적였는데, 역시나 내용이 음울.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