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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지아이조 세 번째 관람


 이제 그만 봐야지. OTL
 자꾸만 스톰 쉐도우로서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연달아 세 번을 내리 보긴 했는데, 사실 예전에 보았던 박쥐처럼 한 번 보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영화기도 하구요. 그런데, 역시 아쉬움이 느껴져요. 영화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아, 저것보다 훨씬 멋지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인데,  물론 완구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를 값싸게 여기는 것도 아니고, 영화 내에서 드러난 스톰 쉐도우의 설정을 폄하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근데 점점, 왜 그가 갈등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제껏 밟아본 필모그래피도 그렇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어줍잖은 영어 실력으로 겨우겨우 구글이나 미국 영화 사이트 등을 둘러보고 있는데, 사실 이 사람이 멜로를 주로 연기해오던 사람이란 것과,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섬세한 감정 연기에 능숙하다는 것, 그가 지아이조에서 보여준 것은 물론 영화 장르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 이상이라는 것, 그런 걸 모르겠지 싶으면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어디서 찾은 인터뷰에서 내내 액션 배우인 것마냥 취급하는 것도 의아했고. '이병헌'이란 사람을 단순히 액션배우로만 취급하는 건 아깝잖아.

 아마도 스포일러가 될까봐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겠지만, '스톰 쉐도우'가 어떤 인물일 지에 대하여 그 영민한 머리로 또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싶어서. 그러니까, 놈놈놈 한창 버닝할 적에 그게 굉장히 신기했거든요. 배우들이 말하는 '캐릭터 해석' 말이예요. 특히 이병헌 씨는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읽는 게 꽤 재미있었구요. 박창이는 아마도 이러이러한 캐릭터일 것이다, 라고 말하는. 일단은 오락 영화니까 거기까지 생각하시는 분은 없겠죠, 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실은 그 당시 그 이상으로 상상한 사람들이 많았죠. :D 아무튼 그걸 보며, 아, 이 사람이 무언가를 연기할 때 생각을 참 많이 하는구나 싶었어요.

 이 영화에서도 그렇지 않았을까. 아직 완결된 이야기도 아니고, 원작이 따로 있지만 그 나름의 해석을 어떻게 했을지도 궁금하더라구요. 그런 해석에 기반을 두고 나름의 연기를 펼쳤을 테고, 화면 안의 깊이에 보탬이 되었겠지. 근데 다 인터뷰는 액션에 대한 것 뿐이야. 으으으, 어쩐지 아쉽다. 그런 쪽 외에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게 물으리란 건 쉽게 짐작이 되지만, 사실 시원하게 보려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그런 거 따지는 게 우습다는 것도 알고요.


 -라고 더더욱 생각하게 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지는 이미지가 굉장히 스타일이 멋지잖아요. 과연 스톰 쉐도우가 원작에서도 그런 인물이었을까, 싶으면 아니었을 것 같고. 단순히 날 예쁘게 찍어주세요, 싶은 마음으로 나풀거리는 흰양복에 롱코트, 이런 스타일을 고집하진 않았을 것 같고. 고작 창이 장갑 하나에도 손목을 감싸는 디자인은 창이 성격이랑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수정해달라던 사람인데. 분명 의상 등에도 의견이 반영될 수 있었다면 상당히, ...아무래도 헐리우드니까 힘들었으려나?

 굉장히 말끔하고 반듯한 이미지라 어쩐지 '달콤한 인생'의 선우를 조금 닮은 것도 같단 생각도 했어요. 물론 성격의 색채는 전혀 다르죠. 다만, 감정적으로 결벽을 따질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다 싶은 건 자르는 식의 단호한 성격이 곧 의상으로도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고. 그러면서도 고지식하지 않고 실리적이지. 어쩐지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며 매 장면을 찰영했을 것 같은데 어디서도 그런 얘길 찾을 만한 곳이 없어요.


 그런 점에서 아쉽습니다. 으으, 역시 영화 특성상 그런 내용은 쉽게 나오기가 힘든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OTL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속편이 보고 싶어요.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 다음 편에서 분량이 느는 건 당연할테고, 이 얘기는 실제로도 IMDB에서 속편에 기대하는 것, 이란 내용으로도 사람들이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영화의 재미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그런 게 조금이나마 드러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병헌이란 배우가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생각했던 것들, 어떤 느낌을 받으며 연기해내었을까, 그런 점을 상상하면 흥미로워요. :D


 사실은, ...맘에 들었던 만큼 썰을 풀고 싶은데 그런 영화인 덕분에 썰을 풀만한 바탕이 전무해서. OTL 이럴수가, 이런 경우는 대체 어떻게 해야 돼. 그렇잖아도 타르타로스로도 2차 창작을 할 때, 이건 팬픽이 아니라 홀로 1차 창작하는 것같단 느낌을 받았는데, 이건 영화 기반으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냥 창작이 돼요. OTL 오늘 친구랑 얘기하는데 어디까지나 단지 추측으로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무언가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 바탕이 전무해서 서운해요. ㅠ_ㅠ

 위에 적은 대로 상당한 역량을 품은 이병헌이란 배우가 아깝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책 내고 싶어지면 이 일을 어쩌면 좋나. OTL 다행인 건 글이 안 써진다는 거. ...이힛.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