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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타로스

시선




   그는 누군가와 허물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침없이 스킨십을 건네고,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 내어 웃는가하면, 장난스레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시답잖은 이야기에서부터 심각한 사건까지 온갖 다양한 표정으로 진정 즐거운 듯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그의 신분을 증명하는 것은, 오직 등에 매여 있는 대검 하나 뿐이었다. 가벼운 갑옷조차 걸치지 않고, 낙낙한 천옷만을 입고 있었다. 한 눈에 보면, 두 사람은 매우 친근하며 가까운 사이로 보였으나 한 쪽은 그저 과일을 파는 마을 아낙일 뿐이며, 다른 한 쪽은 이 나라 영지에서 매우 촉망받는 기사 중 하나였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쉽사리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살펴본 뒤에야, 그가 매고 있는 검의 손잡이가 고급스럽게 장식되어 있는 모양을 보고 겨우 추측이나 해볼 터였다.

  그의 존재감은 독특했다. 영주님의 '기사'라는 사람들에 대하여, 영주민이 갖는 감정은 외경심이라든가, 어딘지 모를 거리감 따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릴 적부터 정식으로 오랫동안 교육을 받은 뒤에야 겨우 기사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과, 온갖 제약에 매여 그저 농사를 짓는 것밖에 모르며 살아온 사람들과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뚜렷한 간극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만은, 그러한 일반적인 상식이 예외가 된다. 수더분하다던가, 살가운 타입도 아니었다. 바르고, 올곧긴 하였어도 융통성이라곤 없는 편이었으며, 타인을 대할 때에도 기사다운 정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훌륭한 기사였다. 그러나 영주민들은 그에게 거침없이 애정 어린 타박을 건네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었으며, 저를 해칠 수 있는 무기가 매여있는 어깨를 툭툭 치고, 쓰다듬는 등의 가벼운 스킨십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란더스는 그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가장 밑바닥에서 힘겹게 사는 사람일수록 직감적으로 깨달았을 것이다. 그는 절대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신들에게 가벼운 해코지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마치 토끼를 한 번에 낚아챌 수 있는 발톱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듯 보여도 그 마음만은 저희들과 같아서 순수한 마음을 건네면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어, 하고 물으면 어색히 웃으며 언제나처럼 훈련만 했지요, 하고 응수했다.
  어이구, 힘들진 않아? 괜찮아요, 늘 하던 일인데요. 마치 동네 청년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그러한 광경은, 란더스를 포함한 다른 기사들과는 불가능했다. 다른 기사들 앞에서는 금세 어깨를 웅크리고 기사님, 하고 존대를 붙였다. 진정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초식동물을 닮았다. 자신들이 거침없이, 그러나 그만큼 애정 어린 마음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슈발만'이 유일하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란더스는 고요히, 웃고 있는 슈발만에게로 시선을 보내었다.
  한참동안 즐겁게 얘기하던 중이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 시선을 인식한 양 고개를 돌렸다. 란더스의 존재를 확인하자, 이윽고 환히 웃음 지었다. 란더스, 하고 금세라도 저의 이름을 부를 것 같다. 란더스는 가벼운 웃음을 입가에 떠올렸다.

  부르지 않아도 저의 시선을 알아챈다. 요구하지 않아도 바랄 때에는 저를 바라봐준다.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 외의 타인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확인할 때면, 분명한 환희가 마음 가득 차올랐다. 붉은 색의 그 눈에, 오직 나의 모습만을 담는다. 나에게 웃는다. 타인과 이야기하던 중에도 하던 것을 중도에 끊고, 나에게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하고 웃는 얼굴로 묻겠지. 나를 향한 신뢰로 가득 찬 올곧은 눈을 하고는. 수많은 사람에게 그는 다정한 호의를 보이지만, 자신에겐 조금 더 특별했다. 란더스는 그에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친우이자 전우였다.

  그러나 그것으론 부족해.
  란더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다가오는 슈발만을 보고도 란더스는 조금도 걸음을 옮기지 않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언제까지 너의 세계가 그렇듯, 따스하고 평화로울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유일한 영역을, 란더스는 바라고 있었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침범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감정이 아니면 곤란했다. 그 언젠가, 시퍼런 칼날을 깊게 박아 나는 너에게, 네 주변에 널리고 깔린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수치플하는 이 기분. OTL 그런데 글은 지금 안 써지니까 이렇게라도 애정토로를 해야. OTL
실은 제 자캐예요^o^ ...............죄송합니다. OTL

위 두 컷이랑 아래 한 컷을 따로 그렸더니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_-; 이건 뭐.

간단하게 몇 마디 쓰고 싶었는데, .........최근에는 이상하게 이야기가 장황하게 풀어집니다. 즉석으로 끄적여봤는데 위에도 줄여야할 게 산더미일 것 같은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끄적여보는 게 좋겠죠. 요즘 슬럼프가 격해서 좀 속상해요.


드디어 28렙입니다.
이번에 헤어 업데이트 된 것 중에, 스마트컷을 질렀어요. 헤비아머였던가? 그거랑 같이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사같아요. 글쎄요, 사실 중세 시대에서 기사라고 하면 꽤 높은 지위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발만이는, 설령 기사 시절이라고 해도 사람들이랑 굉장히 잘 지냈을 것 같아요. 애가 좀 맹한 구석이 있고, 그런 면이 귀여우니까. 무엇보다 영주의 명이 떨어져도, 의미없는 살생을 하려들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일반 사람들이라면 인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

란더스는 개인적으로,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슈발만이 보기 좋긴 하지만,
글쎄, 뭐랄까, 그 세계 안에 자신도 존재한다는 상상은 밋밋하고 거북스러웠을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제 상상이지만.

더불어, 28렙인 까닭에 다음 마을로 갈 수 있지만.................. 가기가 싫어요ㅠ_ㅠ!!!!! 라, 란더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