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DVD를 보던 중에 생각한 게 있었어요. 저번 감상은 그야말로 생각나는대로, 즉흥적으로 떠올랐던 걸 적어서 조금 다른 내용으로 쓰고 싶은데, 그건 왠지 정신적으로 피폐해서 조금 뒤로 미루고요. 본 순간부터 벼르던 걸 올려볼게요.
어, 근데 DVD 캡처해서 올려도 되는 거 맞는지 모르겠어요. 소장중인 경우에는 괜찮나? 이거와 관련된 문제는 또 이러저러하게 다르다고 들은 것 같은데. 혹여 문제가 되는 경우라고 알고 계신 분은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정확한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몰라서. ㅇ<-<
스크롤이 좀 길어질테니까 접어둘게요. 우아한 세계 스포일러도 일부 포함합니다. :D
실은 우아한 세계 자체의 분위기는 어딘가 서늘하고 무거운 것과는 다르잖아요. 한 사람의 삶이나 인생 자체에 대해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이란 건 그렇게 무서운 게 아니고, 묵직한 일이 있을 턱은 더더욱 없죠. 그냥 어딘가 지루하고 나른해보이는 시간이 지속될 뿐인데 그게 겹겹이 겹쳐서 어쩌다보면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혹은 좋은 일도 있는 거고.
삭제 장면에 무척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아마 그런 까닭에 삭제한 게 아닐까 싶어요. 어쨌든 보면서 깜짝 놀라서 올려봅니다.
전 이 장면 보고 섬뜩했더랬어요. 사람 몇은 간단히 죽일 것 같은 얼굴이야. ㅇ<-< 우아한 세계에 대입해보면, 중간보스가 아니라 정말 산전수전 다 겪은 최종보스(;)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굉장히 묵직하고, 서늘하고, 섬뜩해서, 대체 그 허허실실 웃던 아저씨 맞나, 하며 다시 한 번 확인했더랬어요. 물론 이런 분위기가 나온다는 것에 대해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는 얘기도 덧붙여봅니다. 그런 거 좋아해요. :D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다, 문득 자신의 무게감을 낱낱이 드러내보이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해보이는 장면이라든가.
우아한 세계에서 두 사람은 나름 죽마고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절친한 친구인데, 어쩐지 분위기로 오달수씨가 맡은 역이 너무 눌리지 않아요? 오달수씨가 노려보았다면 모르겠지만 그냥 담담히, 한편으로는 찔려 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내용이라.
우아한 세계에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의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실제로 남극일기에서 단지 화면 너머의 것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정말 섬뜩했던 것처럼. 남극일기의 도형에겐 광기가 있었다면, 저 장면에서는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는 칼날을 품고 있으면서 그것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드러내보이지 않는 것 뿐인 것만 같은 느낌이어서.
요약하자면 매력적이었다는 얘기입니다. ㅇ<-< 아무래도 송강호, 하면 JSA나 괴물에서의 이미지가 강렬했던 탓에 이렇듯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장면을 볼 때마다 섬찟하게 놀라요.
한편으로는, 배우라는 것 외에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뿐인 것 같은데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담아내는 연기-놈놈놈에서도 마지막에 그런 장면이 있었죠. 정체가 밝혀지던 장면에-가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이해가 잘 안돼요. 그건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단 관심있는 사람이 송강호씨니까. 꼭 그런 거예요. 이것은 연기이고, 이 사람은 실제로 이 인물의 삶을 단지 상상해보았을 뿐이라거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추측하였을 뿐일텐데, 아예 그 인물 자체인 것만 같은 느낌.
아마 김지운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송강호는 영화 내 상황을 진짜 '실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근데, 대체 어떻게해야 그런 게 가능한 거야?;
하고 저 장면을 보며 정말 수많은 감회가 스쳐지나가서 꼭 한 번 포스팅하고 싶었습니다. :D
그리고 이건 DVD 보다가 반가워서. :D 아마 우아한 세계 DVD 만들 때가, 막 놈놈놈 촬영 준비 하던 때였나봐요.
으악, 여기에 태구가 있어요!!!!!!!
뭐랄까, 무척 반가웠어요. :D 이미 태구 따로, 송강호씨 따로, 어찌보면 송강호씨 안에 태구가 있어야 할텐데 어쩐지 전혀 다른 느낌이라서, 목소리나 하는 행동은 송강호씨인데 외모는 태구가 현대로 온 것 같은 느낌이라 무척 신기했어요. :D 반가웠고. 태구야 안녕, 하고 인사까지 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가상인물이니까, 어찌되었든. -///-
어째서 컷이 저렇게 많냐고 하면, 으잉, 중간에 눈 감은 부분에 미묘하게 시선이 꽂히길래. 조목조목 따져보면, 분명하게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 정말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어, 그냥 이건 애정 때문인가. 아냐, 연기력도 단지 정신만의 문제는 아니고, 그만큼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연기를 한다는 건, 그 사람 자체에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도 되는 문제 아닌가요?!!! >ㅁ<)//
그러니까 오늘도 공부는 물 건너. ㅇ<-< 벌써 14일 밖에 안 남았는데, 어쩌려고 이러니.
조금 다른 얘기고, 나중에 포스팅을 따로 할 지도 모르겠지만, 복수는 나의 것을 봤거든요. 겨우겨우 구해서. 근데, 정말로, 박찬욱 감독님 작품은 제 취향이 아니예요. 그것도 매우매우매우매우 싫은 축에 속해요. 장면이 잔인하다거나, 뭐, 그런 것까지는 그렇다치고 정서가. 이것이 상식이며,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이것은 반듯한 인간이라면 손 대서는 안되는 부분이라 여기는 것을 푹푹 찔러대는 것만 같은 느낌이예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존중, 사회에서 지켜야 하는 것들의 가치, 그런 것에 대해 정말 무감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서. 조소한다거나, 증오한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무감정. 다만 일종의 소재로서 바라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서 매번 당황스럽다고 해야 하나요.
잔인한 건 친절한 금자씨가 더 잔인했는데, 감정적인 잔인함은 복수는 나의 것이 진정 최강이었어요. 이렇듯 어찌어찌 복수 시리즈를 다 보긴 했는데, 그래도 DVD는 사고 말겠지. 코멘터리 듣다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영화를 찍으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드러나서 특히 작품성이 있다고 평가받는 영화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작품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다고 했었지, 정말 그 말이 고대로 이해가 가더라구요.
이렇게 나날히 빠심은 커져만 가는데, 어쩐지 힘겹고 지친 듯한 느낌은, 복수는 나의 것을 본 까닭인가. 아니면 내 감정에 내가 지친 건가. 어, 후자는 지나치게 바보같은데. ㅇ<-< 아마 전자겠죠. 다행히 토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는데, 다음날까지 거식한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막 치솟아 오르는 게 아니라 스물스물, 이 것도 능력이지. ㅇ<-< 내재된 감성이나 관점이 맘에 안들었다 뿐이지, 화면에 대해서는 정말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내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게 많았다는 것만은 적어봅니다. 이런 경우엔 그냥 안 맞는다고 하는 게 맞겠죠.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