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들, 딸과 단란하고 예쁜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풍경,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길 원할만한 그러한 풍경을 아무리 그 남자라고 하더라도 꿈꾸지 않을까요. 아예 삐뚤어져서 영영 불가능할 것만 같은 그러한 풍경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영화 속 ‘강인구’라는 인물에게는 단 한 번 있었다고 생각해 봅니다. 다만 그것을 ‘가족을 위한다’라는 자신 만의 명분 아래 무시했을 뿐이예요. 그리하여 마지막 장면이 애처로울 지언정, 동정은 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다만 무엇이 중요한 지를 몰랐던 한 남자가 자신의 선택 아래 일어난 결과일 테니까요.
저녁 때즈음에야 공부하러 가려고 했는데, 음, 이건 나름 변명이 되니까 일단 이유는 제쳐두고요. 주변에서 흘깃 뒤끝이 무척 찜찜한 영화다, 라는 얘기를 들어서 볼까 말까 망설였더랬는데 한재림 감독이라고 했었죠. 이전 연애의 목적 때에는 이건 뭐-_- 반 강간범을 미화시켰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뭐같은 자식임에는 분명하고 상대 여자도 마찬가지니까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제외하고 생각하면 영화 자체는 참 괜찮았던 것 같아요. 구성이나, 뭐나.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D 이야기 구성 방식도 마음에 들고, 당시에 흥행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음, 아무튼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 영화였어요. 영화 자체에 대한 지식은 얼마 없어서 이러이러한 점이 좋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요.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내용에 대한 것 뿐이니까, 그거에 대한 생각이나 풀어놓아보려구요. 언뜻 강인구란 인물이 불쌍하다, 가족들이 뭐 저럴 수가 있냐,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으아, 불쌍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인가봐, 나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어떤 부채를 지고 있는 것만 같은 감정이 있는데 끝에 가서 우는 거 아니야, 라고 걱정을 했더랬어요. 다 보고 난 뒤의 감상은, 에이, 괜한 걱정을 했네-_-* 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우아한 세계를 꿈꾸더라도 그것이 자기 머릿 속에서 혼자 꿈꾸는 것이면 소용이 없잖아요.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가길 원하는 거라면. 자신의 마음 속에서 혼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가며 꿈을 만들어가야죠. 조폭이라는 것을 문제삼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영화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기 위한 소재일 뿐이지,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간혹 주변에서 강인구의 가정과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아버지 스스로가 자신을 ‘돈 벌어오는 기계’로 만들어가는 이야기. 돈만 벌어다주면 다가 아니냐구요, 아뇨, 그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그 정도로 깎아내리는 일에 불과하단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스스로 감정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였는데, 대체 가족이 어떻게 아버지에게서 애정을 느껴야 하나요.
물론 강인구가 가족에게 애정을 건네지 않은 것은 아니예요. 굉장히 수수하고 털털한 아버지 상이라서, 오히려 나쁘지 않은 아버지였을 거란 생각은 듭니다. 적어도 딸이 좋아했던 음식은 알고 있고, 딸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웃음짓고, 그 방식이 좀 이상하더라도 딸에게 대화를 건네기는 하잖아요. 칼 들고 찔러라, 해서 잡혀가기야 했지마는 자신의 일기를 들여다보며 애매한 표정을 짓던 딸은 그 순간 그런 말을 적은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표현 방식이 서투르고 거칠어서 그렇지, 딸에게 아예 무관심하던 아버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그러한 기회가 한 번 주어지지는 않았을까요.
아버지가 하는 일에 거부감을 보이다가, 소지품을 보고 눈물 짓고 웃음 짓던 그 순간에는, 그리하여 교도소에까지 어머니를 따라 왔을 때에는, 딸이 나름대로 마음을 열어보였던 순간이었을지도 몰라요. 유학을 가고 싶다고 얘기는 했을지언정, 아버지가 더는 그런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과라 말을 하고 대화를 시도했더라면 과연 완강히 부인하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았을까요.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함께 옆에서 아등바등하며 사는 것이 낫지 않나요. :D
아버지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제 가족이 저에게 소중한 까닭을 적어 봅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나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준비해주기 때문도 아니며, 엄마가 의식주를 반듯하게 챙겨주기 때문도 아니예요. 오히려 애정이나 사랑, 행복함을 느끼는 때는 나란히 앉아 TV를 보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지을 때나, 괜스레 따스한 감촉이 그리워 품에 안겨들 때라든가, 서로 안마를 주고받는다든가, 그런 순간이었어요. 그들이 내게 무언가를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내 삶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행복한 거 아닌가요.
만약 강인구가 교도소에 들어갔을 때에, 손을 씻겠다고 결심한 그대로 나와서 변변찮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조그마한 집에서 아등바등 힘들게 살게 되더라도, 가족 네 명이서 단란히 살 붙이고 살았더라면, 적어도 마지막 씬에서처럼 자괴감에 빠져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하며 흐느끼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
비로소 마음을 열어보이려 했던 딸이, 무심하게 뒤돌아보지도 않고 비행기를 타러 가던 그 모습은 아마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물론, 강인구가 타인의 피를 보며 뭐같이 벌어들인 돈으로 그토록 안정되고 호화스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해도, 가족이 그것을 강인구에게 바랐던 적은 없잖아요. 물론 어느 집에서야, 용돈도 제대로 안 준다고 아빠에게 대든다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마는-_- 그 정도로 생각없는 딸로 보이진 않았더랬어요.
우아한 세계를 꿈꾸었더랬지만,
그곳이 언제나 반드시 행복한 곳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오히려 행복은 우아하게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고,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조금 많이 벗어난 이야기인가도 싶지만,
그래서 가족에겐 혈연이란 의미가 없단 생각도 들어요. 그것은 그저 초기의 관계를 형성하는 연결고리나 약속이었을 뿐이지, 그런 연결고리나 약속은 다른 것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자신의 뱃속에서 태어난 자식에게 갖는 애정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까닭인지는 몰라도, 음, 사실 저는 제 할머니와 혈연 관계가 없거든요. 그치만 그분은 제 할머니세요. :D 아무 것도 못 하던 어린 시절부터 주욱 제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셨거든요. 아버지가 들으면 서운해하시겠지만, 돌아가신 할머니가 돌아오시더라도 그 분께 내 근원에 대한 감사는 드릴 수 있을 지언정 애정은 드릴 수 없을 거예요. 저와 가족이란 이름으로 공유한 시간이 없으니까. 물론 지금부터 쌓아간다고 한다면, 그건 또 달라지겠지만요.
어, 그러고보니 이야기의 반 이상을 담당했던 강인구의 직장에 대한 이야기는 없네.
솔직히 송강호씨가 맡은 강인구가 너무나 인간적인 캐릭터라서, 윽, 아냐, 그래도 저 남자는 조폭이야, 하고 마음을 다잡아야지, 하고 맘을 먹었던 게 몇 번. 아주 충실하게 진짜 뭐 저런 인간이, 싶을 정도로 연기해주셔서 다행히 스스로 다잡을 필요도 없이 깨주시더라구요. ㅇ<-< 송강호씨에 대한 이야기는 맨 나중으로 미루려고 했으니까, 일단 빠심을 다잡자. 으, 으흠.
그냥 나랑 관련없는 세계의 이야기다, 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재미있었어요. :D 강인구 정말 되는 일이 없더군요. 아니, 사실, 윤제문씨가 맡은 역할 때문이긴 한데. 어쩜 좋아. 진짜 얼마나 맞은 거야. 막 대들려고는 하는데 그런 시도를 할 때마다 뻥뻥 차이고, 으악, 교통사고 났을 때는 저도 그 걱정부터 했죠. 뒤에 트렁크! 표면이 다 일그러진 거보고, 아, 이래서 꼬이는구나, 싶었지만. 저기, 회장님, 그게 아니구요, 하면서 우는 데 그 장면이 우스우면서도 안쓰러워서.
안 되겠다. 조폭 연기하던 송강호씨가 너무 귀여워서 빠심이 자꾸만 치솟아올라. ㅇ<-<
그냥 전환합니다.
송강호씨 너무 좋아요ㅠ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ㅠ!!!!!!!!!!!!!!!!!!!!!!
악, 이 남자 뭘 먹고 이렇게 귀엽지?!!! 아니, 아저씨 올해 몇 살이더라, 이거 찍을 때는 사십이던가, 얼마든가. 아무튼 아저씨잖아! 그것도 현실에서 이미 애가 둘이나 딸린! 뭐라고 해야하지, 보면 일 처리도 잘하는 편인 것 같고, 직장에선 좀 능력있어 보이는데?! 물론 중간에 맞고 병원 들어가고, 괜히 경찰서에도 불려가고 하긴 하지만, 어쨌든 소위 짬밥 때문에라도 중심이 잡혀 있는 게 보인단 말이죠.
게다가 조폭이잖아.
뭐 이렇게 계속 울어?! 그것도 그게 다 귀여워?!!!!!!!!!!!! 엄마야!!!!!!!!!!!! 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연기를 잘 한다거나, 그런 거 잘 몰라요. 근데 보면서 어색할 때가 가끔 있거든요. 다른 배우들의 경우엔. 아?! 하고 인물이 아니라 배우가 보일 때의 감각. 그것도 빠심을 유지하고 보면, 음, 수시로 인물에게서 배우의 모습을 찾기 때문에 어떻게보면 몰입하기가 힘들 때도 있어요. 막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에는 몰입해서 보다가도 읭?! 하고 짤막하게 깨어나는 순간이 있더란 말이죠.
근데 이 아저씨는 그런 게 없어. 빠심으로 보고 있으면 정신 차려, 하고 그냥 스토리 안으로 끌어들여. ㅇ<-< 이래서 무서운 배우라고 하는 건가, 어, 더듬더듬 생각해보면 사실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목소리인데, 그, 미묘한 분위기의 다름이, 어, 이 사람이 윤태구를 연기하고, 남극일기에서 도형을 연기하고, 또, 괴물에서 강두를 연기한 사람이란 말이지.
그냥 미묘하게 분위기가 다를 뿐인 것 같은데, 음, 근데 다 다른 사람인 것 같은데? 아닌가, 아냐, 그래도 한 사람이 연기한 건데 뭔가 이 배우만의 중심이랄까, 유사한 점이라든가,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있나요?
새삼 감사해요. DVD를 모아서, 나중에 버닝이 식더라도 결코 후회할 일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이 아저씨한테 빠져서 감사하고 기뻐요. 찍었던 작품도 괜찮고, 연기력도, 그러니까 정말 좋은 거 맞죠? 비교 기준이라고 해야 할까, 본 게 워낙 적으니까 어느 정도야, 라고 단언하며 외칠 수가 없어서 아쉬운데. 그냥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신기하긴 합니다.
조폭으로 나오는 장면은 아무튼 다 으악?! 거리며 봤어요. 시종일관 ‘아, 귀찮아 죽겠네. 이 일까지 내가 해야 돼?’하고 스타일 다 구기면서 그러는 장면도 귀엽고, 오달수씨죠, 친구이자 라이벌같은 관계였던 것 같은데 만나서 서로 물 뿌리고 노는 장면도 마냥 천진^___^* 어, 음, 저러면 안되지, 생각하면서도 골프채 들고 막 성질 부리면서 차 유리창 깨고, 그런 장면이 멋있어 보였다고는. ㅇ<-< 그리고 전세금 수술비로 쏟아붓느라 여관에서 잤던 얘기하며 눈물 글썽할 때는, 악 사랑스러워. ㅇ<-< 또 뭐 있었지?!! 아, 코멘터리 보면서 소중한 장면 캡처 떠서 올려볼까봐요. 음, DVD 있으면 괜찮나? 저작권 문제가 어떻게 되는 지를 모르겠네요. ㅇ<-<
아무튼, 송강호씨 정말 좋아요. ㅠ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ㅠ
아, 사모님 너무 부럽다. 정말 전생에 지구를 구하신 걸까. 물론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송강호씨는 또 다르겠죠. 실은 이 사람이 배우고, 그리하여 다채로운 모습을 이처럼 필름에 담아 영구보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뻐요. 인터뷰 동영상이나, 그런 걸 챙겨보긴 하는데 그래도 제일 빛나는 순간은 정말 연기하고 있을 때인 것만 같아요. 그 때가 가장 멋있어 보이고, 그 어느 때라도 반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요.
점점 이 빠심 답이 없는 길로 빠져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ㅇ<-<
괜찮아. 이게 나의 삶의 낙이려니. 근데 그게 너무 많아지고 있진 않니? -_-
빠심은 나중에 리뷰 2편에서 더 털어놓겠습니다.
이번엔 꼭 캡처를 해서, 어느 장면이 무척 소중하였다고 기록해둬야지. 코멘터리 듣다 보면 이런저런 촬영 뒷 이야기도 나오겠죠?!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게 정말 좋던데^___^
돈 벌어서 DVD를 사자.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