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그런데 그걸 글로 풀어내기가 어렵습니다. 이것도 한참을 생각했던 소잰데, 막상 글로 풀려니까 잘 안돼요. 이 일을 어쩌면 좋누. OTL
아마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제 홈페이지 쪽에나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적당히 수위있는 글은 올릴 데가 없네요. OTL
어젯밤, 편지를 한 통 받았다.
발신인은 저에게 이런 것을 보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전해준 이로부터 편지를 보지 않고도 발신인을 쉽게 짐작해낼 수 있었으나, 슈발만은 굳이 횃불 아래에서 봉투 위를 확인해보았다. 곱게 접힌 종이 위에는 오직 한 글자만이 매끄러운 필체로 적혀 있었다.
―L.
단지 그 뿐이었으나, 그것을 확인한 슈발만은 느릿하게 눈을 내리감으며 편지를 구겨 쥐었다. 이미 한참 전에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 속을 거칠게 헤집어, 그 가운데 허물어져가던 파편 한 조각을 억지로 끄집어낸 듯한 감각이었다. 지독히 불쾌한 방식이었으나, 슈발만은 이것을 보낸 사람의 의중을 쉬이 짐작해낼 수 있었던 까닭에 다만 한숨만을 내쉬었다. 그 녀석은 진심으로 이따위 것을 보냈겠지. 펼쳐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지 훤히 들여다보였다. 5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이렇게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히 느껴진다는 것이 썩 달갑지 않았다.
마치 소녀들처럼 서로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주고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내용이라곤 무뚝뚝하게 적어 내려간 근황밖에 없었다. 서투르게 너댓줄만을 겨우 적어 보내던 저와는 달리, 그는 비교적 달필로 장문의 글을 써서 보내곤 했다. 그가 보았던 풍경과,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위를 상세히 적어 보내어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눈앞에 그가 있는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는 듯했다. 그렇다고 해도 지극히 일상적인 사실만이 적혀 있을 뿐이어서, 처음엔 사내들끼리 웬 편지를 주고받느냐며 관심을 보이던 동료 기사들도 편지를 보여주면 곧 질려하며 이따위 것을 뭐 하러 보내느냐 묻곤 했다. 슈발만은 그럴 때마다 말없이 웃어보였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때때로 전황은 거칠었다. 신정시대에서 마치 장기말처럼 움직이던 인간은, 신이 뜻하는 범위 안에서라면 저만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곤 했다. 고작 영지 하나를 지키는 것도 버겁던 시절이었다. 하루 종일 질척한 피가 검게 달라붙은 검을 휘두르다보면 말 한마디 내뱉을 수 없을 정도로 지쳐 널브러지곤 했다. 그럴 때 이따금 도착하곤 하던 그의 편지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너는 이렇듯 살아있구나. 피 묻은 손으로 빳빳한 종이를 붙들면, 그제야 제가 살아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거칠은 손가락을 봉투 위로 미끄러트리는 끝에 그의 이니셜 중 한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성을 포함한 풀 네임 따위 그들에겐 필요 없었다. 짤막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글자를 슈발만은 봉투 위에 손 끝으로 따라써보곤 했다. 어떻게 지낸다는 말은 하여도 편지를 받는 이를 향한 마음은 단 한 번도 편지 안에서 드러낸 적 없었으나, 마치 영혼이라도 연결된 듯 슈발만은 그의 간절함을 글자 하나로도 읽어낼 수 있었다. 이것 봐, 유달리 힘을 주어 글자 끝이 번져 있었다. 꾹꾹 눌러 써서, 밑장 위로 펜 자국이 배었다. 느껴져, 기억하고 있어, 이렇듯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갑작스레 가빠오는 숨을 억누르며, 슈발만은 눈을 감았다.
[ 펼쳐보지 않으십니까. ]
[ 가겠어. ]
표정만큼 서늘한 빛의 옷을 걸친 소녀는, 드물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기색을 드러내었다.
[ 가겠다고 전해. ]
[ 그것뿐입니까? ]
슈발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납득한 듯 소녀는 숲 속으로 사라져갔다.
과연 펼쳐본 편지 안에는 시간과 장소만이, 뒷장에 잉크가 배어나올 정도로 꾹꾹 눌러 쓴 달필로 적혀 있었다.
BGM은 회상의 숲, 타르타로스 BGM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는 절절한 관계가 꽤 취향입니다. 앞으론 다시는 이어질 수 없을 만큼 완벽히 어긋나버린 관계도 좋아해요. 이걸 쓰면서, 한 가지 의문이었던 게 무아에게 슈발만은 과연 존대를 쓸까, 예삿말을 쓸까. 아무래도 적대적인 관계니까 후자겠지 싶었지만.
히히, 쓰면서 좀 즐거웠던게 막 설레여하면서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 하며 편지지를 붙들고 있는 란더스가 좀 귀여워서. '////' 소년 시절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요. 그들이 친구로 지냈던 건 무려, 슈발만이 스물 두 살 이전의 일이었으니까. 제 맘 속의 설정으로는, 이미 둘은 저 상황에서 완벽히 달달하게 연애하던 중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워낙 무뚝뚝하고 남자다운 녀석들이니까.
시나리오를 본 뒤로 애정이 격해서 주말 내동 앓았습니다. 아, 쓰고 싶어, 쓰고 싶어!!! 그런데 결과물은 안 나오고, 결국엔 게임만 한 듯한 느낌이. ....근데, 이거 너무 피로해요. OTL 사실 전투가 재미있는 편도 아니고. 게다가 혼자 하려니까. 그래도 같이 하는 건 영 복잡한 일들이 많고, 끙-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