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남자.
박창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처연.
박도원.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빈정거리는 거 사랑스러워 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태구랑 창이한테 낚였구나. 제가 좀 애절해 죽는 거 좋아해요. OTL
굉장히 오랜만에 캐릭터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것 같습니다. 이게 모두 다 디비디 덕분. -///- 영화를 처음 보고 와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아니, 어째서 윤태구를 그렇게 잔혹무비한 남자로 몰아세워요?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는 남자라고 해도, 그 특유의 여유만은 잃지 않는데다 꿈이 고향 내려가서 가축 키우는 거란 장면 때문에 좀처럼 그럴 거란 생각이 안 들었어요. 디비디 삭제 장면을 보고 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만약 그걸 고려하여 생각한다면 조금은 방향을 바꾸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냥 주어지는 대로 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요.
이 남자는 뭔가 자기 맘에 안 들면 거치적거리는 거 부수고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룰 거야-_- 자기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러한 자신감에 바탕을 두어 여유를 부리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게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며, 자신은 그러한 흐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는 그야말로 소위 민초에 가까운 캐릭터로 윤태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 음, 그 표정대로라면 그야말로 언젠가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던 숨겨진 고수. 미래의 안온한 삶을 위하여 포기한 게 아니라, 이 남자라면 그래야 할 필요를 못 느껴서일 수도 있겠구나.
멀티 엔딩 중 도원이와 만나는 씬에서 손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처럼.
검은 자켓이 무슨 의미일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5년 전 원산 시절에도 검은색 가죽자켓이었잖아요. 게다가 발치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 몇몇. 이걸 또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를 만들면 다채로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괜히 설레었어요. 왜 갑작스레, 그냥 수수히 좀도둑으로 살던 태구가 지도 일을 계기로 옛 모습을 찾아간 걸까. 주변에 다 소문이 퍼져서? 현상금이 3500으로 올라서? 어쨌든 그 전환이, 태구에게는 정말 별다른 일이 아닌, 그야말로 옷을 갈아입듯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적는 바탕은, 사실 딱 두 장면입니다-///-
겨우 그거가지고 이렇게 썰을 풀고 있는 제 자신이 좀 우습기도 해요. OTL
삼자대면에서 도원이 손가락 귀신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의, 마치 가면처럼 딱딱히 웃던 얼굴. 그리고 도원과의 엔딩에서 잘 놀았다, 한 뒤에 짓던 표정. 창이가 행동으로 보여줬던 잔혹함보다, 그 두 표정이 더 무서웠습니다. 저 안에 숨겨져있는 그 무언가가, 도대체 무엇일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워서. 굉장히 무기질적인데다, 이걸 무슨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만약 도원과 태구가 마주하여 누가 죽었느냐, 라고 묻는다면 전 도원일 것 같아요. OTL 아니면 죽일 수 있었는데 살려뒀든가. 도원이 태구를 살려둔(?) 것처럼. 그야말로 최종보스, 그 이상의 카리스마. 무슨 주인공이 이렇게 잔인해보이고 악독해보여. 그 순간을 표현해낸 송강호씨의 연기에 그야말로 탄복을 더하면서, 다시 한 번 반했습니다. OTL
더불어, 창이는 그래서 죽을 수밖에 없었구나-_-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런 무서운 남자 어떻게 이겨. 게다가 삼자대면에서 눈물 그렁그렁. 윤태구가 내뿜는 포스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어서, 이병헌씨의 착해보이는 목소리(사실 그래서 창이가 매력있는 거지만-///-)에 어울리니까 윤태구가 너무 나쁜 남자 같아 보였어요. ㅋㅋㅋㅋㅋ 대체 과거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애한테 얼마나 상처를 줬으면 5년이 지났는데도 눈물이 그렁그렁하냐구 ㅋㅋㅋㅋㅋ
그리고 정말 계획해뒀던 건 못 쓰겠네요. OTL
이 남자 너무 무서워서, 이제껏 계획했던 거랑 안 어울려요. 그야말로 최강자, 그 누구에게도 굴복당하지 않을 거란 자신감에 차 있는 남자야, 그럴 만한 실력도 있고. 영화 속에서 나온 윤태구는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장면만 모아놨던 거구나. 그런 거랑 함께 생각해보면, 대체 이 극과 극이란. OTL 그런데 그 모든 게 또 윤태구 다워서 신기해요.
...............이게 모두 다 빠순의 콩깍지 탓이라고 해도. OTL
세 번째 씨디에서 보고 싶은 건 다 봤고, 이제 코멘터리 듣고 나머지 찬찬히 살펴볼 생각인데, 으으으, 정말 이걸로 끝인 걸까. 왜 새삼스레 아쉬울까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