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연가(CP: 창이태구)
등급: R-19(1990년 이전 출생자)
사양: 120p 이상/ A5 국판/ 무광 컬러 표지(예상)
가격: 4500원
예약게시판 : http://php.chol.com/~kma0118/bbs/zboard.php?id=book
놈놈놈 동맹과 윤태구 동맹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면 총 여덟 편의 분량으로, 인터넷 연재분을 몇몇 오타를 수정하는 것 외에는 그대로 실을 예정입니다. 인터넷 연재분은 앞으로도 삭제되지 않으며, 혹여 동맹 홈페이지가 없어지더라도 제 개인 홈페이지에 내내 남아있을 예정입니다. 따라서 소위 소장본의 개념으로, 책의 형태로 갖고 싶으신 분만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D
배경은 1945년 대한민국이 광복했을 때부터, 1950년 한국 전쟁을 주요 사건으로 하여 두 사람 인생의 후반기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여섯편에 밀어넣는 덕분에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커플링은 창이태구를 기본으로 두고 있으나, 영화 전의 스토리는 제가 태구창이 커플링으로 올렸던 '5년 전, 원산'에 대한 이야기에서 감정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보지 않으셔도, 내용 이해와는 무관합니다.
글의 전체 내용은 지금도 각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책에는 구입하시는 분들을 위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한 외전이 한 두편 정도 추가됩니다.
아래에서 간단히 발췌를 넣어 봅니다.
등급: R-19(1990년 이전 출생자)
사양: 120p 이상/ A5 국판/ 무광 컬러 표지(예상)
가격: 4500원
예약게시판 : http://php.chol.com/~kma0118/bbs/zboard.php?id=book
윤태구, 만주에 가자.
눈만 감아도 그 곳의 너른 들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쁘게 울리던 말발굽소리가 지금도 선했다. 만주로 가자, 윤태구. 가고자 하면 어찌 가지 못할까. 빨갱이 놈들이 우리의 목숨을 노리더라도 좋다. 만주 최고로 이름 높던 박창이에게 그 무엇이 두려우랴. 게다가 네 놈은, 그런 내 목을 유일하게 위협하던 놈이었다. 일본군마저 물러나서,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자는, 그 땅에 단 한 놈도 없다. 과거의 그 땅에 사상이란 없었으니, 오직 너와 내가 살을 부딪치듯 그 땅엔 발가벗은 욕망만이 널려 있었을 뿐이다.
윤태구, 어서 일어나라. 나와 함께 만주로 가자―.
놈놈놈 동맹과 윤태구 동맹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면 총 여덟 편의 분량으로, 인터넷 연재분을 몇몇 오타를 수정하는 것 외에는 그대로 실을 예정입니다. 인터넷 연재분은 앞으로도 삭제되지 않으며, 혹여 동맹 홈페이지가 없어지더라도 제 개인 홈페이지에 내내 남아있을 예정입니다. 따라서 소위 소장본의 개념으로, 책의 형태로 갖고 싶으신 분만 신청해주시면 됩니다. :D
배경은 1945년 대한민국이 광복했을 때부터, 1950년 한국 전쟁을 주요 사건으로 하여 두 사람 인생의 후반기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여섯편에 밀어넣는 덕분에 시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커플링은 창이태구를 기본으로 두고 있으나, 영화 전의 스토리는 제가 태구창이 커플링으로 올렸던 '5년 전, 원산'에 대한 이야기에서 감정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보지 않으셔도, 내용 이해와는 무관합니다.
글의 전체 내용은 지금도 각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책에는 구입하시는 분들을 위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한 외전이 한 두편 정도 추가됩니다.
아래에서 간단히 발췌를 넣어 봅니다.
:: 만주연가 #1
[ …만길아, 이건 내가 받은 천벌이다. ]
창이를 데리고 귀시장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의원의 말대로 길거리에 버릴까. 혹여 창이파 놈 중 살아남은 녀석이 있다면 그 녀석을 찾아 넘길까. 이 상태가 나을 수 있는 것인지도, 나을 수 있다면 그게 언제인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능만 하다면 다른 이의 손에 떠맡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제 삶을 자진해서 누군가에게 통째로 저당 잡힌다는 것은, 도무지 윤태구에겐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귀시장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털털거리는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몇 번이고 사막의 낮과 밤을 둘이서 보내야 했다. 기실, 태구는 그가 박창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생김새가 아무리 똑같아도 그 안에 전혀 다른 것이 들어가 있다면 도저히 그 사람이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맹수를 닮은 강렬한 눈동자,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짜증을 내고 성가셔하며, 수틀리면 바로 총이나 칼을 빼드는 험악함, 그야말로 대하기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나 지금의 상태는 더더욱 달갑지 않았다. 그저 태구가 이끄는 대로만 따라오는 ‘그것’은 도무지 박창이 같지가 않았다.
그러했는데, 심정에 변화가 생긴 것은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대소변을 받아내고, 끼니때를 맞춰 밥을 먹이고, 혹여 모래바람이 닿아 상처가 덧날까 매번 상태를 살피면서 태구는 어쩐지 웃음이 났다. 그래, 네놈이 본래 아이 같은 면이 있었지. 원산에서의 그 일이 있기 전, 이따금 무의식중에 매달리듯 달라붙곤 했던 창이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잊었노라 생각한 기억이었다. 매일이 힘겨웠으나, 그렇다 해서 늘 격렬하기만 했던 관계는 아니었다. 다만, 육체적인 관계뿐이라 생각했던 태구의 마음을 무엇이 일깨웠던지 비로소 생각이 났다.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늘 격렬하게 일렁일 뿐이던 까만 눈동자를 텅 비운 채로, 마치 온몸으로 태구의 모습을 빨아들이기라도 할 것처럼,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릴 것만 같았던 바로 그 순간.
그때처럼 오직 자신의 모습만을 담은 새까만 눈동자가 예뻐서, 태구는 웃으며 바싹 마른 창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5년 만이었다. 팔을 뻗어 창이의 목을 끌어당겨 안았다. 나지막이 웃으며 목이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예전, 버석히 마른 조선 땅의 바람 냄새가 나던 그의 몸에서 지금은 텁텁한 모래바람 냄새가 났다. 만주의 냄새였다. 잊으리라 결심하고 헤어졌던 그동안 그는 이렇듯 만주를 몸에 입고 있었다. 체취가 달라질 정도로 긴 시간 동안 박창이는 윤태구를 끈질기게 쫓아왔던 것이다.
그래, 네가 내 업보구나.
어두워져 가는 사막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하늘에 별이 떠오르고 있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원산에서의 그날에도, 창이의 격렬한 살기를 등으로만 받아내고 나와서 이렇듯 하늘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그때, 오직 그만을 바랐었다. 윤태구는 박창이를 사랑했으나, 박창이의 사전에는 사랑이란 단어는 없었다. 사랑이란 이름의 화인(火印)을 찍을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이 증오로나마 남길 바랐다. 오롯이 ‘손가락 귀신’으로서 윤태구의 자아였다. 그래, 그러니 이것은 내가 받아야 할 천벌인 것이다. 너를 맡아 내 삶이 저당 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내 팔자려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지독히도 얽혀온 관계가 엇나가도록 첫 바늘을 잘못 꿰맨 것은, 분명히 손가락 귀신으로서의 나였던 탓이다.
상념에 젖어들어 있다가,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와 태구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막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었다. 잠에서 깨면 몸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아는 모양인지, 침상에서 일어나 앉아 태구를 보고 있었다. 흐흐, 웃으며 다가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이렇듯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손안에 느껴지는 안온한 체온이 마냥 좋았다.
[ 자, 일어나봐. 세수도 하고 변소도 가야지, 아침에 일어났으면. 안 그러냐? ]
1941년의 일이었다. 윤태구는 서른다섯이었으며, 박창이는 서른셋의 나이였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45년, 세계 제2차 대전을 벌인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한반도는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이하였으며 그것은 곧 조선인으로서의 윤태구가 떳떳이 제 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박창이의 품에서 얻어낸 다이아몬드에, 그로부터 4년간 현상금 사냥꾼을 요령 좋게 피해가며 벌어들인 돈으로 태구는 마침내 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적당히 살기 좋다는 마을을 찾아가 땅을 샀으며, 집을 짓고 가축도 사서 들여놓았다. 더는 손에 피 묻힐 일 없겠노라 희희낙락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해가 끝나가던 12월에 태구는 만주를 떠났다.
할매는 1년 전, 세상을 떠났으며 만길은 만주에 남겠다 했다. 동행은 오직, 생각지도 못했던 박창이뿐이었다. 여전히 자신을 잃은 채였으며, 태구는 4년 동안 그를 보살펴왔다. 이력이 붙을 대로 붙어, 창이와 함께 하는 일에 이제는 조금도 불편함이라곤 느껴지지 않았으나 때로 괜스레 가슴이 먹먹해져 오곤 했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자신을 향한 텅 빈 시선을 억지로 외면하고는 태구는 숨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것이 영영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격렬한 감정이 몸부림치는 열띤 그의 음성만이라도, 오직 그것만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었다.
:: 봄웃음
[ 아버지. 아저씨는 왜 좀처럼 웃질 않어? ]
[ …응? ]
[ 그렇잖어. 맨날 시끄럽다고 화만 내고, 미간은 이―렇게 찌푸리고 있고. 내가 아저씨 어깨를 주물러준다고 해도 노려보기만 하고, 아버지는 아저씨 웃는 거 본 적 있어? ]
숨이 막힌 것 마냥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 말을 고르다, 난감하여 웃음만 흘리자 아이는 샐쭉이 눈을 흘긴다.
[ 왜 웃기만 해. 아저씨, 아버지 앞에서도 안 웃어? ]
[ 아버지 앞에선 웃어줄 것 같냐? ]
[ 응. 아저씨, 아버지 앞에선 꼼짝도 못 하잖어. 아까도 막 날 때릴 것처럼 그러더니 아버지 보고는 그냥 나가버리고. ]
―박창이의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론 박창이가 웃을 수 없는 사람이진 않았다. 다만, 아이가 말하는 것은 그런 웃음을 말하는 게 아니리라. 새삼 창이(昌怡)가 안온하고 부드러운 이 땅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도 없이 곱게 자라왔음을 깨닫는다. 아이는 그들이 본디 만주의 사내며, 서로의 목숨을 빼앗고 재물을 탐하는 것이 당연한 곳에서 산 적이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할 터였다. 아이가 말하는 웃음은 아마 기쁘고 행복해서 저도 모르게 빙긋 지어보이는 웃음일 터다. 그러나 그런 웃음 따위, 박창이가 살았던 세상과는 맞지 않았다. 지금도 그와는 먼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짐작한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촌에서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윤태구와 달리, 박창이는 그럴 수 없는 인간이었다.
창이(昌怡)를 키우며 살고 있는 이 곳은, 윤태구에게는 오랜 꿈이었다. 그렇잖아도 길지 않은 목숨을 한껏 불태우며 달렸던 삶은 치기 어린 시절의 것으로 치부하였다. 이름 따위 남기지 않아도 좋으며, 그것이 피에 젖은 악명이라면 더는 말할 것도 없다. 피부를 날카로이 찔러대는 생명의 위협 없이, 보드라운 아이의 몸을 품어 안으며 퇴비 내음 섞인 산천의 바람에 온몸을 맡기는 지금과 같은 삶을 그 시절에도 늘 바라왔다. 그러나 박창이에겐 윤태구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 자체가 그의 자아였다. 그와 같은 날카로운 자극만이 박창이의 심장을 뛰게 할 터였다.
그런 남자가 이 곳에 있었다.
연녹빛의 산을 배경으로 검은 색의 양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태구는 미간을 모으며 그런 남자의 모습을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오직 윤태구만이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이었다. 아니, 알고는 있었으나 모른 척 했다는 것이 옳다. 그것은 접점이라고는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서기 위해 서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 안에 있는 것이라 여겼다. 어째서 박창이는 윤태구를 찾아오고 있는가. 저와는 어울리지도 않으며 위안조차 얻지 못할, 이처럼 깊은 산골에 꼬박꼬박 찾아오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가. 너는 지을 수 없는 웃음이 당연한 데다 자연스러운 이 세계에 굳이 발을 들여놓는 이유가 무언가.
태구는 조용히 그에게 웃어 보였다.
[ ―어서 와라. ]
기시감이 들었다.
마치 눈이 부신 것을 본 것 마냥, 창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문득, 시간을 거슬러 올라 과거의 두 사람을 마주한다. 그 때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것이 언제였는지, 어째서 그러하였는지는 기억할 수 없어도 분명 먼 과거에 이와 같은 일이 있었던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창이의 시선이 아련한 기억을 더듬는 것 마냥 흐릿해졌다. 태구는 나지막이 웃음을 흘렸다.
제 안에 물어볼 필요 따위 없었다. 윤태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