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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3. 01. 21



  오랜만에 집에 갔더니 울 애기들이 애옹대며 막 달라붙었다. 사료통이 비어 있었다. 아마도 한나절 정도 비어있었을 것이다. 그게 마음에 걸려 일찍 올랬더니 아버지가 붙드셔서 어쩔 수가 없었다. 넉넉히 부어주고는 일어나자, 둘째가 사료통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동안 첫째가 내 움직이는 길마다 따라붙었다. 첫째는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탄다. 형제와 더불어 살았던 기간이 오래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혼자였던 기간도 길었다. 길에서 생활한 적 있던 둘째와는 확연히 다르겠지. 배고플 텐데. 사료를 입 앞에 가져다 대도 부비적대기만 한다. 대강 쓰다듬어주며 둘째가 너무 급하게 먹길래 쓰다듬어주었더니, 한 번 먹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또 한 번 먹고 날 본다. 뭘 먹고 이렇게 이쁘다지.


  주변에선 고양이 둘 씩이나 어떻게 키우냐고, 결혼할 거면 버리라 한다.

  모르는 소리다. 가벼운 울증이 있는게 아닌가 싶은 나는 이녀석들 아니었으면 진짜 병원 가서 약을 지어먹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힘겹게 버텼다. 외부 자극에 유달리 약했다. 혼자 생활하고서 석달이 지난 날부터 거의 3년 간을 꼬박 함께 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 시절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는 내가 끌어안으면 끄응, 하고 버텨준다. 조그맣게 안겨오기도 한다. 내 팔을 베고 부비적댄다. 사랑스레 눈을 맞춰온다.


  나처럼 자기확신이 약한 사람에게 그게 얼마나 커다란 긍정인지 모른다.

  

  조금씩, 아주 서서히 다가와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네들 특성상, 싫고 좋은 게 분명하게 티가 나서 더욱 마음이 놓인다. 강아지는 그래서 내키지 않았다. 내가 푸대접을 하면 저 역시 흥칫핏하는 상대가 좋다. 그래야 내 행동을 돌아볼 수 있을 테니까. 지금도 내가 귀찮게 굴거나 싫어하는 짓을 하면 팩 하니 돌아선다. 그러니까 품에 안았을 때 가만히 있어주는 게 더욱 기쁘다. 마치 나를 위안하듯이, 그 녀석들도 별로 내키지 않는데 참아주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이기 때문에.


  솔직히 조그만 생명을 책임질 만큼 대단한 인성을 갖춘 것도 아닌데,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지도 못하고, 그냥 거기 두고 있을 뿐이지만, 그래도 다른 건 모두 어려워도 그거 하나만은 약속할 수 있다. 늘 곁에 있을게. 떠나지 않을게. 버리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늘 내 곁에 있어줘. 따스한 체온 그대로.